[어떻게 생각하십니까]수수료 낮다는 QR결제, '그림자노동'이다? 아니다?

  • 등록 2019-01-07 오전 6:00:00

    수정 2019-01-07 오전 6:00:00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카카오페이를 시작으로 ‘제로페이 서울’에 이어 ‘카드사 공동 QR결제’가 지급결제시장에 진출하는 가운데 QR(Quick Response)결제가 ‘그림자노동’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림자노동이란 대가 없이 소비자에게로 떠넘겨진 보이지 않는 일을 일컫는다.

QR결제는 크게 MPM(Merchant Presented Mode)방식과 CPM(Customer Presented Mode)방식으로 나뉜다. MPM방식은 고정형과 변동형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QR키트 무료배포와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 높은 매출세액공제율을 무기로 가맹점을 확보 중인 제로페이 서울은 고정형 MPM방식이 주를 이룬다. 지자체장 공약 일정에 맞춰 서둘러 출시한 까닭이다.

이렇다보니 제로페이 서울의 경우 시범 운영된 지 보름이 넘었지만 기대만큼 반응이 뜨겁지는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QR결제를 ‘불편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불편의 원인은 그림자노동에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크레이그 램버트는 자신의 저서 ‘그림자노동의 역습’에서 “(이미 기업들이)사용설명서를 상품과 함께 제공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고객이 웹사이트에서 직접 내려받아야 한다”는 예를 들며 ‘고객이 일하는 시대’로 정의했다.

고정형 MPM방식을 그림자노동으로 보는 이유는 소비자가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할 뿐만 아니라 결제금액까지 직접 입력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결제를 떠올려보면 카드로 긁고 결제액을 누르는 일은 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의 몫이다. 소비자로서는 대가 없이 안 하던 일을 하려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그림자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박도 있다. 추가된 결제절차가 대수롭지 않다거나 다른 지급수단도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IC(intergrated circuit)카드 보급으로 외국에서처럼 고객이 직접 단말기에 카드를 꽂는 방식도 늘고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결제액 입력까지 소비자가 하는 건 아니다. 현금거래를 할 때 고객이 적정액을 세어 건네주는 것도 결제액을 누르는 고정형 MPM방식과 큰 차이 없다. 일부 진상 고객이 지갑째 잔돈을 던지는 경우는 제외하면 말이다.

그림자노동이든 아니든 소비자들이 QR결제에 익숙하지 않다는 건 제로페이 서울을 관리하는 서울시도 인지한다. 이에 고정형 MPM방식을 먼저 띄운 후 점차 변동형 MPM, CPM방식도 병용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는 3월부터는 이용자의 스마트폰 앱에 QR이나 바코드를 생성해 판매자의 스캐너로 찍기만 하면 바로 결제되는 방식으로 확대개선할 예정”이라고 했다. 나아가 제로페이 서울용 앱을 실행하지 않고 매장 내 근거리 무선통신(NFC) 단말기에 스마트폰만 접촉하면 바로 결제가 이뤄지는 NFC방식의 도입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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