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1. 지난 14일 일요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은 쇼핑을 즐기는 요우커로 북적였다. 주말을 이용해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명동을 찾은 직장인 김판수(38) 씨는 서둘러 귀가해야만 했다. 이들 중 일부가 금연장소인 명동거리 한복판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워대 모처럼의 나들이 기분을 망쳤기 때문이다.
2. 서울의 한 여대에 재학 중인 김모(21·여) 씨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사진이 중국의 유명 여행 포털사이트에 돌아다닌다는 말을 들어서다. 이 사이트에는 김양 외에도 국내 여대생을 촬영한 사진을 올려놓은 게시물만 수천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방문 요우커 600만명 시대를 맞아 일부 요우커의 몰지각한 관광추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들어 국내 호텔로비나 객실복도 등에서 흡연·소란 등으로 인해 다른 관광객의 항의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 특히 요우커가 가장 많이 찾는 제주도는 심각할 정도다. 올 9월까지 경범죄 등으로 단속된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이 423명으로 전체 단속 외국인의 약 98%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요우커가 무단 촬영한 사진들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 7월에는 중국 인터넷 사이트 이룽 등에 국내 여대생을 몰래 찍은 사진이 대거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중국 사이트 유명 블로거가 ‘한국 여대생의 1000가지 포즈’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고 이 안에는 100여명의 사진이 포함됐다. 학생들의 신체 특정 부위만을 촬영한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들이 즐겨 방문하는 관광코스 중에는 이화여대가 있다. 이화(梨花)는 중국어 ‘돈이 불어나다는 뜻’의 ‘리파’(利發)와 발음이 유사하기 때문에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속설 때문이다. 중국 관영 CCTV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 계정을 통해 이화여대를 ‘한국 9대 관광지’로 홍보할 정도다.
‘쇼핑1번지’ 명동도 마찬가지. 거리를 활보하며 담배를 피우고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등의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특히 명동거리 곳곳에는 금연구역을 뜻하는 그림과 영어, 한자로 표기된 안내문이 곳곳에 설치돼 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인해 시민과 다른 외국인 관광객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언어소통과 외국인이란 특성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문화재관리소에도 고궁 내에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거나 낙서를 하는 등의 행동으로 다른 관광객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민원이 자주 접수되고 있다.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은 “중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넓다 보니 문화적 소양을 갖춘 수준도 다 다르다”면서 “지속적인 계도작업과 단속작업을 병행해 나가겠지만 매번 관광객이 바뀌는 탓에 완벽하게 정착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더불어 중국지사를 통해 현지 관광업체에 한국 여행을 할 때 지켜야 할 점 등에 대한 지침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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