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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만에 신고 접수 사실을 알게 된 B양과 그녀의 부모는 다음날 담임교사에게 “사실 사이버 언어폭력 가해자라 아니라 A에게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라고 고백했다. 남학생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학생이 피해 사실을 알리기 꺼려 숨기고 있던 것이다. 관련 규정에 따라 학교 측이 경찰에 해당 사건을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알고 보니 학교폭력 신고를 하기 전, 같은 해 4월에 A군은 농구 게임인 ‘넷볼’ 경기를 하던 중 B양의 어깨를 두드리고 주물러 강제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5월과 6월엔 하굣길에서 B양을 만나자 “집에 같이 가자”며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는 B양의 가방이나 손목을 잡아끌고 가는 행위를 두 차례한 걸로 파악됐다.
A군의 성추행 혐의가 뒤집힌 건 헌법재판소가 B양의 헌법소원 청구를 인용하면서다. 2020년 6월 헌재는 “A군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B양의 평등권과 재판 절차 진술권을 침해한 것으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재수사에 돌입한 검찰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폭행 혐의로 A군을 기소했다. 1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재판장 김동현)은 2021년 7월 A군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어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최종적으로 유죄가 인정되면서 B양과 그의 부모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도 모두 B양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1단독 이준구 판사는 지난해 7월 “A군과 부모는 B에게 2500만원을, B의 부모에게 각 75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B양이 불안 및 우울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지속적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정신과 치료 등을 이유로 고등학교 3학년 중반 무렵부터 학교를 등교하지 않고 ‘학업 중단 숙려제’ 제도를 이용해 졸업했고 수능시험도 포기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