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에서 추가 이주비 대출을 추진하다가 금융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막막하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조합원은 추가 이주비를 마련해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조합이라고 해서 딱히 방법은 없었다. “제1 금융권에서 이주비를 충분하게 대출받지 못한 조합원 일부는 사채를 끌어다 쓰기도 했다”는 재건축 조합도 있었다.
이처럼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던 서울 내 주요 주택정비사업 조합에 ‘빨간불’이 들어온 까닭은 집값을 잡겠다던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 때문이다.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돈줄 죄기에 나선 정부는 정비사업이라고 예외를 두지 않았다.
이같은 대책의 불똥은 결국 때아닌 이주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시행에 관리처분계획까지 인가받으며 8부 능선을 어렵게 넘어왔던 조합은 철거와 시공 직전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닥쳤다. 이주 시기가 늦춰질수록 금융비용, 공사비 등 사업비 증가는 조합원이 떠안아야 한다.
공급 부족 논란에 시달린 정부로선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주변 인프라가 갖춰진 정비사업을 장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들도 다 집 하나 있는 서민”이라던 정비사업 조합장의 한숨이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