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만이 살 길"- 전광우 국제금융센터 소장

  • 등록 2000-11-04 오후 12:37:21

    수정 2000-11-04 오후 12:37:21

전광우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4일 "한국경제는 지금 중대한 도전과 기로(Cross road)에 서있다"며 "현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한국경제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에 비장한 각오로 임해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소장은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해외투자가들 중 다소 비관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경제가 어렵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은 몇달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전 소장은 이날 인터넷 경제통신 edaily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는 현재의 구조개혁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진행되느냐에 달려있다"며 이같이 밝혔다.(대담 = 이종석 정책/금융팀장) 전 소장은 "기업구조조정의 경우 "No pain, No gain"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스스로 자정(自淨)할 수 없는 환부는 과감하게 손질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번 기회에 부실기업을 명확하게 처리하지 못할 경우 더 큰 댓가를 치루고 국가경제 전체에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외화자유화와 관련해서는 "이미 몇달전부터 국제금융센터는 외화자유화조치에 대비해 적절한 보안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며 "기존 방침대로 시행하되 이에 대한 대비책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전광우 국제금융센터 소장과의 일문일답. 제2 환란 재발 가능성 적다 - 유가급등, 반도체 가격 하락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일부에서는 제2의 IMF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국내 경제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유가상승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한 영향을 잘 흡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이런 실물경제 상황의 악화보다는 오히려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에 차질이 생김으로써 정상적인 자금순환이 막히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었기 때문에 생겼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금융스캔들까지 불거지자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매우 높아진 상황이지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제 2의 환란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우려는 지나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난 환란은 경상수지가 대폭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평가된 환율을 무리하게 유지하려다가 발생했습니다. 지금은 국제수지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단기외채가 약간씩 늘고있지만 순외채는 지속적으로 감소추세에 있으며 비상시에 대비한 외환보유액도 900억불이 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사실은 환율이 시장수급에 따라 경제상황을 적시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난 외환위기 때와 같은 환투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봅니다. -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차기 대통령에 따른 미국 경제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견해는. ▲미국 대선이 다음주로 다가왔습니다만, 고어나 부시 누가 당선되든 미국 경제정책의 기조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지금 강한 달러 정책과 재정적자 축소 정책은 미국경제가 처한 상황에서 볼 때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불안요인은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와 주식시장에서의 주가폭락 가능성입니다. 미국 주식시장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고, 특히 일부 첨단기술주의 경우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올라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만일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의 과정을 거쳐 미국경제가 심각한 상황을 맞을 우려가 있습니다. 미국 가계의 40% 이상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주식구입대금의 상당부분이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조달됐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민간소비가 급격히 냉각되고 주가가 연쇄적으로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것이 이른바 미국경제의 하드랜딩 시나리오입니다만, 현재로서는 이런 하드랜딩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않습니다. 미국 연준이 이미 금리를 충분히 높은 수준으로 올려 놓아 경기하락 스피드가 예상보다 빠른 경우 금리인하라는 정책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데다 미국 기업들의 수익상황이 급격히 더 나빠질 가능성이 적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미국경제는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만, 지난 수년간에 걸친 지나친 호황에 대해서는 저축률 저하, 국제수지적자 누적 등의 결과를 통해 어느 정도 경기냉각에 따른 충격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 최근 원유가 움직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은 어떤지요. ▲향후 원유가격의 향방은 OPEC 회원국내에서의 협조를 통한 추가증산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인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OPEC은 31일부터 하루의 원유생산상량을 50만 배럴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유가밴드제에 의한 결정으로 원유가격이 28달러 이상의 높은 수준에서 20일 이상 계속 유지되었기 때문에 이같이 추가 증산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번 추가증산의 결정에 대해 회원국들이 그대로 따라 준다면 국제 원유가격의 안정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회원국들이 원유생산 능력을 거의 완전가동하고 있는 상태이고, 이란 등 몇몇 회원들은 추가 증산할 여력이 소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실제로 시장에 대해 어느 정도 공급효과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 추가생산이 가능한 회원국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국제원유시장의 불안감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며, 이미 증산을 결정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증산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외환자유화 예정대로 시행하되 문제생기면 추가 보완책 마련해야 - 2단계 외환자유화 시행을 앞두고 각종 보완대책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화자산의 대거유출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여전합니다. 현재 발표된 보완대책으로 이런 부작용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현재의 보완대책으로 외화자산의 대거유출 등 부작용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솔직히 그 누구도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외환자유화 정책 자체는 외화유출의 위험성을 수반하면서도 그 이상의 경제적 이익이 있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고, 만일 그런 위험을 근원적으로 막고자 한다면 외화자유화 정책 자체를 포기하는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시중에서 얘기되는 외화자산 유출의 우려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최대 64조원의 자금이 유출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외국의 경험을 참조해 볼 때 이는 지나친 우려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웃 일본의 경우를 보면 1998년에 개인에 대한 외환자유화가 실시되고 나서 해외로 유출된 자금은 개인 금융자산 전체의 0.05%에도 못 미칠 정도로 미미했습니다. 같은 기간 오히려 외국인들의 대일투자가 더 늘어났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외환자유화가 실시되면 국내자금이 외국으로 유출되는 동시에 국내로의 유입도 촉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외화자산이 대거유출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보안책을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외환자유화의 취지를 손상시키고 대외신뢰도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미 마련된 제도를 현재 고려중인 안전장치와 함께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을 먼저 강구하고, 시행 이후에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드러나면 곧바로 추가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방법이라고 봅니다. - 최근 환율이 급속도로 오름세를 타면서 원화절상이 더 이상 대세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외환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며, 정부가 적정환율 수준을 정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세계 외환위기의 경험을 살펴보면 시장의 실패보다는 정책의 실패가 더 큰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환율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하지만, 비교적 안정적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경제상황의 변화를 반영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해됩니다. 최근 외화유입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이는데, 이런 외화유입 감소 현상은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이머징 마켓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세계자본이 이머징 마켓 투자를 줄이고 있는 이유는 주로 증권투자 부문에서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이익을 실현하거나 신규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안전자산선호(flight-to-quality)현상도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원화환율이 절하될 것이냐 절상될 것이냐를 논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경제기조를 견실하게 유지함으로써 외환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외환보유고 당분간 보수적으로 쌓는 것이 바람직 - 외환보유고는 어느 정도가 적정수준이라고 보시는지. ▲외환보유액 900억달러는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과 비교하면 적다고 해야할 것이고 동남아 국가들이나 중남미 국가들과 비교하면 많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적다고 하는 측도 반드시 현재처럼 운용하자는 것은 아니고, 많다고 주장하는 측도 외환보유액 자체를 줄이자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외환보유액이란 개념은 정부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외화자산을 말합니다. 현재는 IMF 기준에 따라 금액을 산정하고 있는데, 국가적으로 보자면 IMF 기준에 맞는 자산만이 아니라 이와 유사한 외화자산까지 고려해서 총체적으로 대외자산을 관리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보유 대외자산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그 형태를 외환보유액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이에 준하는 다른 형태로 할 것이냐는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겠지요. 적정 외환보유고를 정확히 수량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자본시장이 개방되어 대규모 포트폴리오 자금의 유출입이 가능한 현 시점에서는 단기외채와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가능규모도 적정 외환보유고 산정에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당분간 외환보유고는 보수적으로 쌓아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정부 일각에서 해외투자공사 같은 외화자산 운용기구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국제금융센터의 입장에서 해외투자공사의 설립에 대해 공식적인 코멘트를 할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저희 센터는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해외투자공사의 벤치마크라 할 수 있는 싱가포르 투자청(GIC)에 대해 일찍부터 조사와 연구를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싱가포르의 투자청은 싱가포르 외환보유액 가운데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제2선 자금을 운용하는 정부산하 민간공사로서 150여명의 직원이 증권부, 채권부, 조사부 등으로 나뉘어져 일하고 있습니다. 증권부와 채권부에는 전문 펀드매니저가 30~40명 정도 있어서 세계 각국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고, 조사부에는 20명 가량의 애널리스트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러한 투자청이 별도로 필요하냐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어떻게 하면 정부보유 외화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관계기관이 앞으로 신중하게 연구 검토해야할 과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게 되면 경제상황에 맞추어 제1선 자금과 제2선 자금으로 운영을 분리해 제2선 자금에 대해서는 시장원리에 따른 수익성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국제금융센터의 그간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국제금융센터는 99년4월 재경부와 한국은행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외환위기에 대한 조기경보체계, 시장의 목소리를 여과없이 정책결정자에게 전달하는 정보수집 및 전달 기능 등이 센터에 주어진 주요한 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저희 센터는 민간이 시장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분야, 즉 민간과 중복될 수 있는 분야의 업무는 될수록 축소하는 대신, 국가적 차원에서 중대하면서도 공공재적 성격으로 제공될 수 밖에 없는 분야의 업무를 계속 강화, 개척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국가적 요구에 부응해 외국 또는 해외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리스크 평가 및 정보 제공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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