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지난달 일본 오사카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이예진씨(34)는 예전보다 2배 가까이 오른 항공가를 보고 크게 놀랐다. 2시간 거리의 여행지로 가볍게 다녀오던 과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었다. 이씨는 “코로나 3년 동안 국내여행을 많이 다녀서 해외를 가보고 싶었지만, 휴가를 길게 쓰기 어려워 단거리 주말 여행지로 일본을 선택한 것”이라며 “주말에는 비싼 항공권도 매진되는데 이제 일본여행은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출발하는 항공권을 구할 수 있는지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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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광풍이 한국을 덮치고 있다. 일본 주요 도시에서는 ‘절반이 한국인’이라는 농담이 들릴 정도다. 지난달 한국 여행객은 56만 8600명이 일본을 찾아 방일 외국인 전체의 38.5%를 차지했다. 2019년 동월 비중은 27.5%였는데 더 오른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간 여객 수는 각각 115만 5199명, 19만 6472명으로 총 135만 1671명에 달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움직인 일본 여객수(약 129만 명)보다 4.6% 높은 수치다.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권 가격은 고공 행진 중이다. 항공권 가격비교 사이트에 따르면 5월 5일 출발해 7일에 돌아오는 연휴 기간 인천-도쿄 왕복항공권 가격은 최저 43만 원~91만 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같은 기간 취항 항공사가 적은 시즈오카 왕복 항공권의 경우 최저가가 70만 원이 넘는다. 과거 성수기 동남아 왕복 항공권 가격에 육박할 정도다. 가끔 뜨는 이벤트 특가 등의 초저가 항공권은 말 그대로 ‘순삭’(순식간에 삭제)되고 있다.
일본여행의 인기에 일본 언론도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17일 ‘2019년에는 ‘노 재팬 운동’이 확산했으나 그때와 달라진 일본의 인기는 ‘예스 재팬’ 현상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수는 아직 주춤하다. 지난 1월 방한 일본인관광객은 6만 6900명으로 전체의 15.4%에 머물렀다. 다만 한국관광을 원하는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유인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 관광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에 가보고 싶은 해외 여행지‘에서 일본의 Z세대(19~25세) 여성이 선택한 곳 1위는 한국(36.5%)이었다. 이는 프랑스(33.5%), 이탈리아(30.5%)를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일본에 관광객이 몰리는 현상만 보지 말고 무엇을 찾아 떠나는지를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계성 경남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지역별로 다양한 색깔이 있는 일본은 재방문객이 많고 관련 경험들이 끊임없이 공유되는 것이 선순환 효과를 일으키면서 젊은층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며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을 찾아오게 만드는 것은 좋아하는 것과 다른 문제인 만큼 한류와 결합한 지방 관광의 매력 제고 등을 통해 방한 수요를 자극하고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계속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