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韓경제 성장세 지속…성장률 개선 여지 있어”
|
정부가 작년 말 제시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 전망치는 2.6%다. 이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주요 근거는 수출 호조세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3.7% 늘며 8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달에도 10일까지 38.5% 급증했다.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한 수출 호황은 국내 제조업 생산, 설비 투자 등의 개선세를 견인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우리나라 성장률이 전기 대비 1.1%를 기록하며 6분기 만에 1%대를 회복한 것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최근 수출·투자 개선 등 긍정적 요인과 내수 부진, 대외 리스크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이달 말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올해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3% 성장론’에 군불 지펴
관건은 ‘3% 성장률’이라는 상징적 회복 여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추경이 빨리 집행되기만 하면 저성장에서 탈출해 3%대 경제 성장을 열 수 있다는 게 우리 경제팀의 전망”이라고 했다. ‘3% 성장론’을 꺼내 든 것이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주요 기관이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높이는 추세여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말 발표한 ‘2017년 수정 경제 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작년 9월 전망치(2.7%)보다 0.2%포인트 상향한 것이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경제 전망을 할 때는 일반적으로 정치적 고려나 비경제적 요인은 반영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2.9%는 추경 집행 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라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도 지난 5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5%에서 2.8%로 높여 잡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무디스가 국내 추경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 점을 고려해(추경 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전망치를 내놓은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2%포인트씩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다. 예산정책처도 추경의 성장률 제고 효과를 올해 0.108~0.118%포인트, 내년에는 0.159~0.167%포인트로 추정하고 있다. 현행 성장 흐름에 추경 효과를 합치면 산술적으로 3%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4년 3.3%에서 2015년 2.8%, 지난해 2.8%로 계속 가라앉았다. 올해 성장률이 3%를 넘는다면 이는 3년 만에 3%를 돌파하는 것이다.
|
하지만 문제는 추경이 국회에서 발목 잡히면서 실제 정부 돈이 풀리는 시기도 함께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은 현재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8일 본회의에서도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국민의당 문준용 씨 의혹 제보 조작 사건,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 등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어서다.
추경 집행이 지연되면 성장률 견인 효과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의 성장률 제고 효과는 추경안의 6월 임시국회 통과를 기준으로 추정했던 것”이라며 “성장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인건비 집행 등이 늦어지거나 불용(不用) 될 경우 목표했던 효과를 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추경은 성장률을 2%대에서 탈출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며 “야당이 추경과 정부 조직 개편을 인사, 정치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탄식했다.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공개할 예정인 올해 경제 성장률 수정 전망치가 3% 성장률 달성 가능성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4월 정부와 같은 성장률 2.6%를 전망한 한은은 전망치 상향 조정을 이미 시사한 상태다. 한은은 추경의 성장률 제고 효과를 반영한 경우와 반영하지 않은 경우를 구분해 각각의 전망치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가 집권 첫해 성장률 3%라는 상징적인 숫자 달성을 포기하고 다른 아젠다(의제)를 내세우는 정책 기조 전환 조짐도 보인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추경이 통과되고 (성장률이) 3%대를 회복하면 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결 수월할 것”이라면서도 “경제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고 성장 중심으로 가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한다. 2%대 후반의 성장률로도 양극화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착한 성장’이라는 새 개념을 내세웠다.
이는 “집권 후반기쯤 4%대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지난 4월 9일 본지 인터뷰)며 성장률 견인을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 과거 공언과는 대조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