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사례. 무능력한 장남은 사업실패로 이혼하고 혼자 계신 어머니의 집으로 들어갔다. 장남은 어머니를 모신다고 하지만 사실상 어머니의 재력에 의해 생활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둘째와 셋째는 그나마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조금씩이라도 보내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을 치르게 됐다. 장례비가 3000만원 들었고, 부의금은 1억원이 들어왔다. 장남은 무능력했지만 둘째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고, 셋째는 의사여서 둘째와 셋째를 보고 들어온 부의금이 많았다. 그런데 갑자기 장남이 자기가 오래 어머니를 모셨으니 부의금 전부를 자기가 가지겠다고 주장하면서 분쟁이 생겼다.
두번째 사례. 군대에서 장교로 근무하던 아들이 결혼 후에 갑자기 사고로 사망하게 됐다. 자식은 없었고 부모와 배우자만 유족으로 남았다. 군대에 있던 동료들이 아들의 사망을 위로하기 위해 부의금을 1억원이나 모아 주었다. 장례는 군대에서 치러 주기 때문에 1000만원 정도의 최소한의 비용으로 장례를 치렀다. 그런데 갑자기 부모는 그 돈이 자기 자식이 죽은 돈이라면서 부의금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며느리는 그 돈을 시부모가 모두 가져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면서 소송까지 하겠다고 했다.
부의금은 일종의 증여다. 갑자기 장례식을 치르게 되니 주변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장례식에 도움이 되라고 주는 돈이다. 어떤 대가를 직접적으로 바라지 않고 주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돌려준다는 생각이 있더라도 증여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래서 법원은 부의금의 성격을 고려할 때 “우선 장례비용에 충당하고 남은 돈은 특별히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에 따라 권리를 취득하는 것으로 봄이 우리의 윤리감정이나 경험칙에 합치된다”라고 하면서 부의금을 상속인들간에 나누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러한 법원이 제시한 기준으로 볼 때, 첫번째 삼형제 사례의 경우에는 부의금 1억원에서 먼저 장례비용 300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7000만원을 상속지분인 3분의 1씩 상속인들끼리 나누면 된다. 그러나 장남을 보고 들어온 부조금이 거의 없고, 나머지 두 명의 형제를 보고 들어온 부의금이 많을 경우에는 분쟁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부의금의 경우 나중에 부의금을 낸 사람에게 다시 돌려줄 채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부의금을 내는 사람이 누구를 보고 내는 것인지 처음부터 특정되도록 함이 좋다. 그렇다면 부의금의 귀속이 장남이 0원이고, 둘째가 4000만원, 셋째가 6000만원이라면 우선적으로 장례비용은 각자 1000만원씩 내야 하고, 나머지는 자신들이 가져갈 수 있다. 즉 세 형제는 각자 1000만원씩을 내고, 결과적으로 둘째는 3000만원, 셋째는 5000만원을 가져갈 수 있다.
필자는 부의금 문화가 앞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돕는 것은 좋지만 이러한 문화는 농경문화의 유산이다. 초산업시대 및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도 이러한 문화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간소한 장례문화를 통해 사회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상속인들 사이에 부의금을 가지고 싸우는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