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소통왕’이 내놓은 韓저출산 레시피…“포용이 답”[ESF 2023]

주한브라질대사관 카를로스 고리토 인터뷰
한국 저출산, 큰 문제…외국인 역할 고민할 때
정책·법 복잡하지만…韓 사회, 포용이 더 필요
브라질서 다양성과 공존 배워…긴 호흡으로 풀자
  • 등록 2023-06-02 오전 5:30:00

    수정 2023-06-02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이민자들의 멘토로 브라질과 한국을, 한국 사회와 이민자들을 연결하는 ‘소통왕’이 있다. 브라질에서 온 카를로스 고리토다.

고리토는 1일 이데일리와 만나 “저출산 문제를 겪는 한국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레시피’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뭘까?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연사로 나서는 카를로스 고리토가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韓 사회, 외국인으로 인구절벽 넘어라

카를로스 고리토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새신랑이다. 지난해 1월 브라질에서, 올해 가을에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한다.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2021년부터 기혼자다.

연애 기간이 길었던 가운데 코로나19가 확산해 결혼을 미뤘다. 그러다 지난 2019년 평생 한 마디도 않던 아버지가 “이제는 결혼할 때 안 됐냐”고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5년 넘게 지금의 부인과 연애했다. 일단 서류에 도장부터 찍었다”며 웃었다. 아이 계획도 있다. 누나 둘과 끈끈하게 자라온 만큼 자기 가족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아이 계획이 없는 친구들이 많다. 고리토는 “한국인·외국인 친구 모두 아이 계획 없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낮은 출산율을 새삼 체감하는 듯했다. 그는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출산율이지 않을까”라며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고리토는 “(한국의) 낮은 출산율을 해결할 레시피 중 하나로 외국인이 있다”고 했다. 이민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거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이들이 한국 사회에 들어오게 될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연사로 나서는 카를로스 고리토가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태어나는 아이가 없으니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할 사람이 점차 사라진다. 그는 이 빈틈을 이민자들이 채워줄 수 있다고 본다. 고리토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며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6년 200만명을 넘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오는 2030년에는 3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의 이민 정책과 법은 여전히 복잡하다. 고리토는 “한국은 경제, 문화, 외교 모두 잘 하는 나라지만 이민이나 외국인 관련 정책은 완전 다른 세상”이라며 “지금 대한민국 이민 정책법은 세상을 너무 한국식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고리토는 주한브라질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동시에 법무부가 운영 중인 사회통합 이민자 멘토단에서 멘토 역할을 맡고 있다. 재한외국인, 귀화 외국인 15명가량이 참여해 한국에 온 외국인을 대상으로 강연한다.

그는 이 역할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지방 곳곳에, 공장 등 산업 현장에 머무는 외국인 시선에서 한국 이야기를 듣는다. 이들의 한국 사회 적응도 돕는다. 그는 “대부분의 외국인 근로자나 이민자가 경제적인 이유로 한국을 찾는다”며 “정치적 자유를 찾아서 한국에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정책? 생각보다 바꾸기 쉽다…‘포용’이 필요해

복잡한 정책이나 법보다 더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바로 생각의 변화다. 고리토는 “사실 이민 문제에서 가장 쉬운 것은 정책과 법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생각을 바꾸기가 이보다 훨씬 어렵다는 이야기다.

고리토는 “한국 사회에는 다름에 대한 포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외국인 이민자를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이미 다양한 나라다. 이미 곳곳에 다른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지 않으면 이런 다름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하는 문제인 만큼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장기적인 정책을 통해 이민과 다양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고리토는 “제가 한국에 15년을 살면서 정책 과제를 통해 20년동안 기술을 발전시키는 걸 봤다”며 “이민 문제도 이렇게 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연사로 나서는 카를로스 고리토가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고리토가 살던 브라질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브라질은 남아메리카 원주민과 백인, 흑인, 아시아인까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다. 그는 “‘다문화’라는 단어를 한국에 와서 처음 들었다”고 했다. 브라질에서 자라면서는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름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교실에 가면 피부색이며 문화적 배경, 국적까지 다 다른 친구들이 앉아 있었다”며 “출석부를 보면 신기한 이름이 진짜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삶을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다양성과 같이 공존하고 성장하는 것을 가장 크게 배웠다”고 했다.

그러나 브라질도 다름을 바로 받아들인 국가는 아니다. ‘인종민주주의’(Racial Democracy)가 바탕이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은 숨길 수 없었다. 이에 브라질 정부는 피부색에 따른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강력한 인종차별 정책을 도입했다.

고리토는 “브라질도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오랫동안 차별받아 온 흑인을 위한 강력한 차별 금지 정책을 마련했다”며 “오랜 시간 동안 정책과 법안을 수정했고 천천히 바꿔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차별적 발언을 한 마디만 뱉어도 감옥에 가는 중형에 처해진다. 강력한 정책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어 왔다. 미래에 화합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발걸음이었던 셈이다.

오는 21~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인구절벽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에 연사로 나서는 고리토는 한국 역시 머지않은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부분들은 현재만 보면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며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한국 사회가 더 열린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를로스 고리토는…△198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출생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 석사 △제1기 법무부 사회통합 이민자 멘토단 △주한브라질대사관 교육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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