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사라지자 도시가 무너졌다

제인스빌 이야기
에이미 골드스타인|508쪽|세종서적
  • 등록 2019-03-27 오전 5:04:01

    수정 2019-03-27 오전 5:04:01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일자리 880만개가 사라졌다. 미국 위스콘신 주의 소도시 제인스빌과 인근 지역에서도 9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제인스빌은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던 이른바 ‘러스트 벨트’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전 경제침체 때 굳건함을 보여 외지 사람들이 둥지를 틀게 한, ‘아메리칸 드림’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평화로운 소도시였다.

몰락의 이유는 80여년간 제인스빌의 삶을 지탱해온 제너럴 모터스(GM)의 자동차공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제인스빌은 대공장을 기반으로 하는 전형적인 제조업 도시였다. 2008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결정한 GM 자동차공장 폐쇄는 풍족함으로 가득했던 중산층 도시를 급속도로 ‘신빈곤층’ 지역으로 바꿔 놓았다.

9·11테러 직후 미국 정부의 대응을 파헤친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기자 출신 저자는 대규모 실직을 낳은 제인스빌의 사례를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뒤흔드는 거대한 사건으로 봤다. 단순히 GM 공장 폐쇄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공장이 지탱하는 제조업 도시의 일상과 중산층 노동자 가족이 겪는 삶의 총체적 변화를 정교한 서사로 치밀하게 재현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를 위해 저자는 기자 출신다운 취재력을 발휘했다. 노동자와 그 가족은 물론 정치인과 교육자, 경제계와 지역사회 지도자 등 제인스빌의 구성원 대다수를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해고 이후의 삶을 부지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눈물나는 노력, 재취업을 꿈꿨으나 좌절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 지역경제를 회생하고자 한 기업인과 정치인의 노력 등 공동체의 붕괴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심도 있게 그려냈다.

딱딱하고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내용이지만 논픽션의 형식을 차용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한 점이 인상적이다. 왜 제목에 ‘이야기’란 단어를 달았는지 알게 한다. 저자는 제인스빌의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업황이 악화하면서 발생하는 해고, 인공지능과 스마트 공장화로 벌어지는 일자리의 소멸은 언제 어디서든 마주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라서다. GM이 제인스빌의 공장을 폐쇄한 지 10년 뒤인 2018년 한국GM은 군산 공장을 폐쇄했다. 우리도 제인스빌의 이야기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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