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격전지]①성남중원…예측불허 판세 속 野 분열 변수

1970년대 철거민 이주정책에 판자촌 형성된 '野都'
야성 강함에도 與 신상진 지지세 목소리 적지않아
전통적인 야당 표 무시 못해…야권연대 최대변수
신상진 "냉정히 말해 열세" 정환석 "곧 따라잡는다"
  • 등록 2015-04-06 오전 5:00:10

    수정 2015-04-06 오전 5:00:10

4·29 성남 중원 재보선에 출마한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와 정환석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김미희 무소속(옛 통합진보당) 후보의 선거사무소 전경. 사진=김정남기자


여야가 4·29 재·보궐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내년 총선 전초전 성격이 강한 데다 김무성 새누리당·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양당 대표의 취임 후 첫 선거라는 점에서 리더십 시험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전 법무장관도 출마하는 등 야권 분열이 심화하면서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여야는 오는 9~10일 재보선 후보등록을 앞두고 6일부터 서울 관악을, 인천 서구 강화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을 등 4개 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선거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데일리는 이번 재보선 격전지를 직접 찾아가 민심을 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성남=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일대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서울시 무허가 판자촌 주민이 지난 1968년부터 철거민 이주정책에 의해 강제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호남 출신들이 대거 들어왔고, 영세 자영업을 뿌리로 터전을 잡았다. 성남 중원이 ‘야도(野都)’가 된 배경이다.

지난 3일 성남 신흥역 지하상가 인근. 경기침체 탓에 을씨년스러웠던 이곳의 자영업자들은 “먹고 사느라 정치(재보선)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조금 더 캐묻자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왔다. 신흥역 인근에서 견과류를 파는 50대 장 모씨는 “중원에 오래 사신 분들은 신상진씨 얘기를 많이 하더라”면서 “검소하게 살고 봉사활동도 많이 한다고 한다”고 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의 장씨는 “야성이 강하다”고는 하면서도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택시기사 조 모(57)씨도 “여기는 원래 야당이 유리하다”면서도 “그런데 지금은 신상진 후보가 유리해 보인다. 집권여당 후보가 경제에 더 유능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신 후보의 인지도는 정환석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김미희 무소속(옛 통합진보당) 후보보다 더 높아 보였다. 그의 인기는 옛 통진당의 ‘종북(從北)’ 논란과도 무관치 않은 듯했다. 상대원시장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50대 초반 김 모씨는 “김미희 후보는 종북 얘기 때문에 좀 꺼려진다”고 했다. 신상진 후보가 19대 국회 3년간 국회의원을 했던 김미희 후보를 겨냥해 ‘멈춰버린 중원 3년’ 구호를 꺼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전통적인 야당 표 무시 못해…야권연대 최대변수

시대정신연구소가 성남언론인협회 의뢰로 실시한 재보선 여론조사 결과. 95% 신뢰수준에 ±%4.4%이며, 응답률은 7%. 출처=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시대정신연구소가 지난달 5일 성남언론인협회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신상진 후보(45.6%)가 정환석 후보(23.8%)에 앞섰다. 김미희 후보는 8% 득표에 그쳤다.

다만 전통적인 야권 표(票)도 자주 눈에 띄었다. 신흥역 인근에서 만난 자영업자 권대원(53)씨는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에도 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 지하상가 장사도 예전보다 너무 안된다”면서 “그렇다면 ‘여당이 아니라 야당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환석 후보가 선거 구호를 ‘밥 좀 먹고 삽시다’로 정한 것도 이 지점을 파고든 것이다.

금광2동에 위치한 신구대학교 인근에서 만난 40대 A씨는 “중원은 야당 성향이 워낙 강하다”라고 했다. 다만 그는 “야권에서 새정치연합과 무소속 이렇게 두 명이 나오면 표가 나눠지지 않겠느냐”면서 “여기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고 했다. 정환석·김미희 후보가 어떤 식으로든 단일화를 이룬다면 야당이 불리할 게 없다는 투로 읽혔다.

신상진 “냉정히 말해 열세” 정환석 “곧 따라잡는다”

각 후보는 이미 선거사무소를 꾸리고 격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신상진 후보는 더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다 막판 야권연대로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어서다. 신 후보 측은 “냉정히 말해 현재 열세로 본다. 엄살이 아니다”면서 “이곳은 후보의 연고지도 안 보고 ‘기호 2번’을 찍는 곳”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여론조사는 일종의 인지도 조사”라면서 “선거가 가까워지면 야당의 지지율이 꿈틀거릴 수 있다”고 했다.

정환석 후보는 지금 열세라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선거전이 불붙으면 곧 따라잡을 것이란 확신이 있어 보였다. 정 후보 측 한 참모는 “선거 막판에는 지지율 격차가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최대 변수는 역시 야권연대다. 김미희 후보의 표는 8% 정도는 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 후보 측은 “이미 야권연대는 단연코 없다고 밝혔다”면서 “김미희 후보를 찍으면 ‘사표’(死票·선거결과 낙선자에 던져진 표)가 된다는 점을 적극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미희 후보 측은 “중원이 야도이긴 하지만 야권이 찢어지면 결국 지더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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