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유은실 기자] 금값이 강세를 보이자 ‘금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은행을 통해 금에 소액 투자하는 금통장(골드뱅킹)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금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가운데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데다 다른 투자 자산도 뚜렷하게 매력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환율과 금리 등에 따라 금 시세 변동성이 심한 만큼 단기 투자보다 장기 투자를 권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3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14일 기준 524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잔액 규모(5186억원)와 비교하면 한달 만에 56억원이 증가했다.
금통장은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해 0.01g씩 금을 적립하는 금 투자 방식이다. 은행 예금통장에 돈을 맡기면 예금이 적립되듯 금통장에는 돈을 넣으면 금이 적립된다. 은행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을 고려해 입금액에 상승하는 금 무게를 금통장에 적립해준다. 금을 실물로 보유하려면 작은 단위 거래가 불가능한데 이를 극복해준 것이 금통장의 최대 장점이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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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장에 관심이 증가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금값이 뛰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금 시세는 올초 7만 4770원/g에서 조금씩 오르기 시작해 3월 14일 8만원대를 돌파한 뒤 이달 12일 최고가 8만5880원까지 오른 상태다. 연초 이후 14% 뛴 것이다. 글로벌 금값도 그야말로 ‘금값’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최고 2055.30달러를 기록해 2020년 8월 이후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국내 안전자산 선호 투자자의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도 금통장 관심 집중의 이유로 꼽힌다. 예적금 금리는 하향세이고 주식시장은 올해 연초 대비 오르긴 했지만 박스권 장세 성격이 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금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이날 기준으로 만기 1년짜리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연3.81% 수준이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최고금리 상품은 이날 금감원 금융상품정보제공 사이트 ‘파인’ 기준으로 수협은행의 ‘헤이(Hey)정기예금’인데 금리가 연 3.75%에 불과하다. 1000만원을 맡긴다면 세후이자로 31만7250원을 챙길 수 있을 뿐이다.
| (자료=한국거래소) 단위=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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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금 투자 타이밍을 잡기란 쉽지 않다. 환율과 금리 등 매크로 변수를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들어 통상적인 국제 거래 단위인 ‘달러/온스(=28.4g)’로 표시한 국제 금 시세는 크게 봐 월단위로 방향이 계속 바뀌고 있다. 월단위로 보면 금값은 1월 상승, 2월 하락, 3월 재상승으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는 올초 온스당 1827.41달러였던 금값은 2월2일 1952.20달러까지 오른 뒤 2월 27일 1808.38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4일 2043.00달러까지 최고점을 경신했다.
1월에는 미국 긴축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과 이에 따른 ‘킹달러’(초달러강세) 완화 기대감 등이 작용했다. 2월에는 1월 미국 고용시장 강세가 다시 확인되면서 긴축 완화 기대감이 줄어 금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금값은 다시 상승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은 안전자산이라 세계 경제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거나 경기 침체가 우려되면 상승 압력을 받는다”며 “금 투자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것보다는 자산 투자군(포트폴리오)확대 차원이나 장기 투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