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쏟아진 악재에 다우 1만2000선 붕괴

중국 깜짝 무역적자 이어 미국 경제지표 부진
스페인 신용등급 강등..재정적자 가능성 재고조
사우디에선 시위대에 총격..중동사태 확산 우려
  • 등록 2011-03-11 오전 6:33:32

    수정 2011-03-11 오전 6:33:32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악재가 쏟아진 하루였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속절없이 무너지며 다우 지수는 한달여만에 처음으로 1만2000선을 내줬다.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온 가운데 중국의 깜짝 무역적자 소식이 겹치며 글로벌 경제 회복세 둔화 우려를 높였다. 또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며 유럽 재정위기 가능성이 다시 고조됐고, 중동 시위 사태가 사우디 아라비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인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228.41포인트(1.87%) 하락한 1만1984.68에서 장을 마쳤다. 다우 지수가 1만20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1월31일 이후 처음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0.70포인트(1.84%) 내린 2701.02를,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24.91포인트(1.89%) 떨어진 1295.11을 각각 기록했다.

중국이 지난달 예상 밖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된 데 이어 개장 전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도 부진하게 나와 글로벌 성장세 둔화 우려를 높였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예상보다 더 증가하며 고용시장 회복세가 고르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1월 무역적자는 7개월 최고를 기록했다.

그동안 주식시장에 부담을 줘 온 국제 유가는 성장세 둔화 우려를 반영하며 하락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에너지주와 원자재주가 일제히 급락하며 오히려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아울러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한 단계 강등했다는 소식은 유럽 재정위기 우려를 다시 높이며 투자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

또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중동 사태 확산과 이에 따른 석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쏟아진 악재 속에 뉴욕 증시는 장 중 하락세를 지속했고, 저가 매수세는 힘을 받지 못했다. 다우 지수는 수차례에 걸쳐 1만2000선을 넘나든 끝에 결국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S&P500 지수도 심리적 지지선인 1300선을 내주며 장을 마쳤다.

◇ 에너지·원자재주 급락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블루칩 가운데 맥도날드를 제외한 29개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캐터필라, 엑슨모빌, 3M 등이 3%대 낙폭을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S&P500의 주요 업종이 모두 하락한 가운데 에너지, 원자재, 금융 업종의 낙폭이 특히 두드러졌다.

중국의 무역적자 소식을 반영하며 상품시장에서는 구리, 아연,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 여파로 리오틴토는 4.75%, 베일은 2.95% 떨어졌고, 유가 하락으로 인해 피보디에너지, 테소로 등이 약세를 나타냈다.

또 유럽 재정위기 우려에 은행주도 하락했다. 웰스파고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2.26% 하락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26% 밀렸다.

기술주 중에서는 애플이 아이패드2 판매를 하루 앞두고 1.65% 빠졌고, 휴렛팩커드(HP)는 퍼스널컴퓨터(PC) 사업부문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에 1.36% 밀렸다.

한편 외식업체인 맥도날드는 도이치뱅크가 `매수`를 추천한 효과로 약세장 속에서도 1.19% 뛰었다. 또 스타벅스는 큐리그 커피메이커용 커피를 판매한다는 발표에 9.93% 치솟았다.

◇ 실업수당 청구 다시 증가..무역적자는 확대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보다 더 증가하며 고용시장 회복세가 고르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5일 마감 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대비 2만6000건 증가한 39만7000건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실시한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37만6000건을 예상했었다. 다만 2번 연속 실업수당을 받은 실업자의 수(2월26일 마감 기준)는 2만명 감소한 37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또 미국의 무역적자가 지난 1월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되며 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이 크게 늘었지만, 유가 상승으로 인해 수입이 더 증가하며 적자를 키웠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월 무역적자는 전월대비 15% 증가한 46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인 415억달러를 웃돈 규모다.

수출이 2.7% 증가한 1677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수입이 5.2% 증가한 2141억달러로 더 많았다. 위안와 절상 문제와 관련해 관심이 모아졌던 대중 무역적자는 207억달러에서 233억달러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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