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기업은 '산소호흡기에 연명하는 법인격'이다. 죽느냐(파산), 사느냐(회생)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뜻이다. 이런 기업에게 회생의 특효약은 인수·합병(M&A)이다. 새 주인이 생기는 M&A만큼 기업 회생에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그래서 M&A 호재가 붙는 법정관리 기업의 주가는 급등하는 게 보통이다. 기업회생절차 기업의 경우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는 기업들이기 때문에 일종의 기저효과(base effect)까지 맞물려 매각 재료 하나만으로 주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악용하는 세력이 있다.
최근 진행된 한 중견건설사 매각 작업에서 A라는 회사는 매각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해당 기업 인수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 왔다. 중국 국영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며 연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공개경쟁입찰에서 원매자(매수 희망자)가 인수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자칫 전략이 노출돼 딜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매물의 주가는 매각이 공식화되자 불과 한 달도 안 돼 3배 넘게 급등했다. 급기야 해당 기업 노조는 ‘실체도 파악되지 않은 기업이 회사를 포장해 언론에 노출하는 바람에 주가가 3배 넘게 급등했다’며 투기세력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정작 인수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A의 이름은 본입찰 참여 리스트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매물로 나왔던 회생기업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며 매각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지만 주가는 다시 한 달 새 절반도 채 되지 않은 가격으로 고꾸라졌다. 피해는 온전히 개인투자자들의 몫일 수 밖에 없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은 물론 법원의 적극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예비입찰 단계에서부터 투기 세력을 완벽히 걸러낼 수 있을 정도의 자격 제한 등을 둠으로써 새롭게 진입장벽을 만드는 방법 등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는 개인투자자 보호뿐만 아니라 회생기업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