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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증원 등을 제안하며 기업의 거버넌스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그간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하는 사례도 많았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이들 역시 변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탈피트너스(FCP)는 이상현 FCP 대표가 직접 사외이사 후보자로 나섰다가 KT&G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통합해 뽑자는 주주제안을 받아들이자 사외이사 후보를 사퇴했다. 특히 FCP는 표 분산을 막고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뽑히도록 지원하기 위해 IBK기업은행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인 손동환 씨를 지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상현 대표는 “중요한 것은 주주를 위한 CCTV 역할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사외이사가 KT&G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손동환 후보는 망가진 KT&G의 거버넌스를 바로 잡을 독립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 손을 잡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은 김경호 KB금융지주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후보자로 공개했다. 박 전 상무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되나 차파트너스는 “일반주주의 지분율이 81% 수준인데 이사회는 10석 모두 박찬구 회장 측 인사로 구성돼 있다”며 “현재 총수일가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 기능과 독립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한다”며 금호석화의 거버넌스를 정조준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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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금 확대 등을 둔 표 대결과 경영권 분쟁도 이번 주총 시즌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배당금을 두고 75년 동업자간 갈등이 주총으로 이어질 전망인데다 미래 성장을 위해 배당금보다는 투자가 필요하다며 기관투자자들의 지원을 당부하고 나선 기업도 있다.
고려아연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장외 신경전이 한창이다. 고려아연이 주당 5000원의 배당금을 제시하자 75년간의 동업자인 영풍(지분 32%)이 1만원의 배당금을 요구하면서다. 또한, 고려아연은 신주 발행을 외국 합작법인만을 대상으로 제한하는 현재 정관을 삭제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며 영풍은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현재 국내 행동주의 펀드 KCGI자산운용은 영풍의 안건에 찬성하겠다고 밝히며 주총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등장하며 행동주의 펀드뿐만 아니라 주주환원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 요구가 이전보다 힘을 더 얻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주제안이 늘어나고 받아들여지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등의 주주제안이 실제 정기 주총에서 통과되는 비율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5.5%, 5.6%에 불과했고 지난해에 20.2%로 크게 늘어나기는 했으나 미국의 50% 등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제안 통과비율이 늘어났지만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국내 주주제안의 통과비율이 높지 않은 것은 주주행동주의 투자자가 확보한 지분율이 낮고 기관투자가와 협력이나 연대형성 노력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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