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 재건축 수주 경쟁이 과열을 넘어 혼탁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 부진과 국내 일감 부족 등 먹거리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 이상의 공사비를 단숨에 확보할 수 있는 수주전에 불나방처럼 뛰어들며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과도한 제살깎기식 경쟁은 결국 전체 사업 비용 증액으로 이어져 조합원들의 부담금을 비롯해 일반분양가를 높여 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로 현대건설이 선정된 이후 이달 현재까지 잠실 미성·크로바(롯데건설 선정), 서초구 한신4지구(GS건설 선정) 등 총 3곳의 재건축 대어들이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이들 3개 단지 공사비만 합쳐도 무려 4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국내 10대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 금액(13조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런데 업계에서 가장 회자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금품이나 향흥 제공 등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영업 행태였다. 추석 명절에 수십만원대 굴비세트를 보내고 설명회를 명목으로 고급 호텔 식사 및 현금과 숙박권 제공 등 건설사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고, 급기야 국토부가 직접 나서 처벌에 나설 것을 엄중히 경고하기도 했다. 정치권까지 나서 “조합원 대상 금품 살포 등 강남 재건축 부패 여부를 수사하라”고 촉구할 정도였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각종 혜택이 결국 시공사의 비용 부담을 높여 결국에는 재건축 조합원의 부담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불법으로 제공한 금품이나 선물 등 모든 비용은 재건축 수주를 전문으로 하는 용역업체 등으로부터 나온다고 보면 된다”며 “수주전 이후 철거 비용 상승이나 공사비 증액 등을 통해 이를 보전해 주기 때문에 결국 조합원들의 비용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귀띔했다.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조합에 제안한 후분양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건설사들은 완공 때까지 수요자들로부터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을 받을 수 없어 건설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이 경우 금융비용 등 건설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