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평창오는 北동포 신용카드 못쓰는 까닭은

  • 등록 2018-01-13 오전 6:00:00

    수정 2018-01-13 오전 6:00:00

왼쪽부터 Visa 롯데카드 웨어러블 스티커, Visa 롯데카드 웨어러블 배지, Visa 롯데카드 웨어러블 글러브.(사진=롯데카드)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다음 달 9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쓸 수 있는 신용카드는 비자카드 하나뿐이다. 비자카드가 월드와이드 올림픽파트너로서 대회를 후원하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방침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도 평창에서는 미국 회사인 비자카드를 써야 한다. 미국과 외교 갈등을 겪는 북한에서 온 선수단과 응원단은 비자카드로 밥값을 낼 수 있을까.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경기장 입장권과 올림픽 경기장 매장에서 결제는 현금 아니면 비자카드로 해야 한다. 비자카드는 전 세계 31억장(지난해 회계연도 기준)이 발급돼 대중적이라서 불편이 덜할 만도 하다. 그러나 개중에 북한 사람에게 나간 카드는 한 장도 없다.

북미 관계가 나쁜 탓이 아니라 북한의 산업 환경이 뒷받침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자카드 수익 구조를 보면 이해가 더 쉽다. 비자카드 고객은 카드 사용자가 아니라 카드 회사다. 전 세계에 확보한 신용 거래망을 신용카드 회사에 빌려주고 이익을 취하고 있다. 예컨대, 비자카드 거래망을 이용하면 한국 신용카드로 외국에서 신용 거래를 할 수 있다. 여기서 승인이 난 금액에서 일부가 비자카드에 수수료로 돌아간다. 비자카드와 비슷하게 영업하는 곳이 마스터카드다.

북한에서 쓰는 직불카드 ‘나래’.(사진=미국 북한 전문 매체 엔케이뉴스)
북한은 신용카드가 없는 국가다. 신용 거래 개념이 약한 산업 구조 탓이다. 북한 여행을 중개하는 여러 중국 여행사 홈페이지를 보면 북한에서는 미국달러, 유로화, 인민폐 등 현금(cash)만 쓸 수 있다. 지난해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씨의 북한 여행을 주선한 중국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Young Pioneer Tours)는 이날 현재 홈페이지에서, ‘북한에서 신용카드, 페이팔, 알리페이 등을 사용할 수 없다’고 안내한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캐나다 전지훈련을 온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북한 선수단의 소지품 가운데 신용카드는 없었다’는 내용도 있다.

신용카드 회사가 없는 곳에서 신용 카드 결제 거래망을 팔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북한에는 비자카드가 없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비자카드가 진출하지 않은 국가가 전 세계에 세 곳이 있는데, 이란과 이라크 그리고 북한”이라고 했다.

그래서 북한 동포는 평창에서 신용카드를 못 쓴다. 물론 북한 주민도 카드 거래를 하긴 한다. 외신 보도를 보면, 평양 등 대도시에서는 직불카드(Debit card)가 활발히 쓰인다. 그러나 일정 금액을 충전하고 범위에서 결제하는 식이라서 신용카드와 개념 자체가 다르다. 직불카드에는 비자카드의 신용 거래망을 얹을 수 없다.

평창에 오는 북한 동포는 꼭 현금만 써야 할까. 북한에서처럼 평창에서도 직불카드를 쓰면 된다. 롯데카드와 비자카드는 합작으로 스티커, 배지, 장갑 등 형태로 된 신용카드를 판매한다. 3만~20만원 사이에서 금액을 충전하고 쓸 수 있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도 선불카드를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동포가 겪을 불편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례에 비춰보면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은 남북 요원의 통제에 따라 동선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돈을 쓰고 싶어도 쓸 기회가 널리 열려 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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