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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헌(60) 아라온호 선장은 최근 전라남도 광양항에서 이데일리를 만나 “쇄빙선은 주야간을 불문하고 선장이나 항해사가 있어야 해서 다른 배에 비해 체력이 더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유일의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는 지난 3일 195일간의 남극 항해를 마치고 국내에 입항했다. 광양항에 한 달 정도 머물며 수리와 유지 보수, 유류·선용품 보급, 연구 기자재 선적, 보급품 선적 등을 할 예정이다.
역대 최장수 선장…“오대양 누빈다”
김 선장은 아라온호의 3대 선장이자 2014년부터 9년째 아라온호를 몰고 있는 최장수 선장이다. 1962년생인 그는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한 후 STX마린서비스 소속으로 37년째 항해를 하고 있다. 벌크선, 컨테이너선, 자동차선 등 여러 종류의 배를 몰아 본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다. 그가 아라온호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을 회사의 제안 때문이다. 김 선장은 “2014년에 다른 배 선장을 하고 있었는데 쇄빙선이 회사로 들어왔다”며 “원래 쇄빙선에 관심이 있었던 차에 아라온호 선장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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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볼 수 없는 풍경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김 선장은 “남극에 가면 고래·펭귄·바다표범과 거대한 빙산을 보고, 북극에서는 북극곰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봤다”며 “어두워질 무렵이면 북극에 오로라가 있어서 신기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쇄빙선 선장으로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이점 중 하나는 오대양을 다 가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일반 배로는 인도양·대서양·태평양만 갈 수 있고 북극해와 남극해는 갈 수 없다”며 “국내에 있는 선박 중에서 남극과 북극을 운항하는 선박은 쇄빙선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병원·사우나·헬스장…“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아라온호는 2009년 1월 2일부터 남극과 북극 지방에서 연구·보급 및 지원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운항 일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연구원 56명, 선조원 29명 등 총 85명을 태우고 10월부터 4월 중순까지 남극을, 7월 초부터 10월 초까지는 북극을 탐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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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장은 “1미터 두께의 얼음은 콘크리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쇄빙선이 앞으로 나가는 원리는 배 뒤에 5000킬로와트 엔진 4대의 강한 추진력을 기반으로 얼음 위로 배가 올라가 하중을 준 뒤 얼음을 깨는 것”이라고 원리를 설명했다.
그는 조타수·항해사와 한 몸이 돼 배를 운항한다. 김 선장은 “쇄빙선은 다른 배에 비해 체력이 더 필요하다”며 “주야간을 불문하고 선장이나 항해사가 꼭 있어야 하는 작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타수와 항해사는 각각 3명씩 총 6명이 교대 근무를 하지만 선장은 그 혼자다. 김 선장이 틈틈이 운동하는 이유다. 그는 “배 안에 체육시설과 사우나 시설이 있고, 배를 돌면서 도보 운동을 해 체력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극지를 항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건강상의 문제에 대비해 내과나 외과 전문의사가 탑승해 진료와 치료를 지원한다.
“제2 쇄빙선 도입 반가워…쇄빙선 선장 도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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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려움을 감수한 덕분일까. 이번 항해에서 값진 연구 결실을 얻었다. 극지연구소 박숭현 박사 연구팀은 화산 폭발이 일어난 훙가 화산체의 지형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화산체 지형도 확보는 화산 폭발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5년 후에는 극지 연구가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2027년에 아라온호의 동생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 선장은 “오랜 기간 제2 쇄빙선 이야기가 나왔는데 2027년부터 투입된다고 하니 참 잘 됐다”면서 “한 대 더 있으면 아라온호의 빡빡한 일정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연구 범위도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김 선장은 쇄빙선 선장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사명감이 있는 항해사라면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극지에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연구선에 도전하라”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