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강남 불패 아직도 믿는가

  • 등록 2017-12-12 오전 5:30:00

    수정 2017-12-12 오전 5:30:00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장] 8·2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그리고 11·29 주거복지 로드맵으로 정부의 ‘집값 잡기 3종 세트’가 완성됐다. 이 세트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주택담보대출 제한, 주택 공급 확대 등 웬만한 시장 안정 방안이 다 담겼다.

그런데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곳이 있다. 서울 강남지역이다. 오히려 강남 집값은 정부의 잇단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일 뜀박질하고 있다.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았던 2006~2007년 집값 급등기에 찍었던 고점을 훌쩍 넘어선 곳도 수두룩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부동산 규제의 타깃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은 8·2 대책 이후 2.19% 올라 서울 평균(1.20%)을 크게 웃돌고 있다. 송파구는 이 기간 3.9%나 뛰었다.

진앙지는 강남 재건축 시장이다. 조합 설립 전에 있는 사업 초기 재건축 아파트를 잡으려는 수요는 넘쳐나는 데 매물이 씨가 말랐다. 매물이 없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다. 강남구 개포동 우성3차 전용 104㎡는 현재 14억원을 호가한다. 지난 7월 12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상승세다.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도 최근 17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8·2 대책 직후 14억원까지 떨어졌다가 4개월 만에 3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조차 “집값이 이렇게 올라도 되나”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강남 불패 신화를 깨려던 노무현 정부의 노력이 역효과만 낳았듯, 문재인 정부의 3종 세트 또한 강남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래서 요즘 같은 때는 남들 다 돈 버는 것 같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초조하다. 지금이라도 빨리 강남 아파트 매입에 나서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미 시장에선 ‘묻지마식 투자’도 적잖게 이뤄지고 있다. 강남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너도나도 강남 아파트 매입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집단 광기를 보는 것 같다. 나름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자부하던 사람들도 ‘상황의 힘’에 의해 판단력을 잃기 십상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집단 광기는 계속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 마지막이라는 조바심, 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뒤섞여 분출된다. 한번 몰아치면 질주하는 기관차처럼 거침이 없다.

부동산 규제의 역설이다. 정부가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중과하기로 하면서 ‘똘똘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잡으려는 수요만 더 늘게 한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부풀려진 가격(거품) 역시 언젠가는 꺼지게 마련이다. 아직 상승장이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거품을 이야기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예방주사는 미리 맞아두는 게 좋다. 바다와 파도에 사이가 없듯 상승장과 거품에도 사이가 없기 때문이다.

냉정함과 긴 안목이 중요하다. 비이성적 쏠림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인 사고, 가끔은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거리 두기’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강남아파트 불패 신화는 영원할 수 없다. 가격이 오를 때에만 존재할 뿐이다. 시장이 침체하면 금세 사라지는 게 강남 불패 신화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화사, 팬 서비스 확실히
  • 아이들을 지켜츄
  • 오늘의 포즈왕!
  • 효연, 건강미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