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협 낙하산인사, 정부 반성해야

  • 등록 2012-10-19 오전 7:00:00

    수정 2012-10-19 오전 7:00:00

농협의 낙하산 인사가 집중 도마위에 올랐다. 경영효율화를 위해 사업구조를 개편한다고 했지만 고액연봉을 받는 임원수만 대폭 늘렸을 뿐 아니라 상당수를 농협의 고유업무와는 무관한 ‘낙하산인사’들로 채웠다.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은 17일 국정감사에서 “농협은 지난 3월 신경분리후 임원 수를 기존 53명에서 104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렸으며 이중 이명박대통령 대선캠프나 전직 고위관료 등 ‘낙하산인사’로 분류할 만한 사람이 20명이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직인수위 출신인 신동규 금융지주회장을 비롯해 권태신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전 국무총리실장), 김남수 농협은행 사외이사(전 국정원 3차장), 나동민 농협생명 대표(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이밖에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감사원에서 온 낙하산 인사 등도 적지 않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 참여했던 이만우 19대 새누리당 의원(고려대 경제학 교수)이 정부 출자기관인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겸직해 논란이 되자 얼마전 사퇴한 바 있다.

농협이 논란끝에 사업구조개편을 한 것은 농협의 주인인 농민과 조합원의 이익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고위직 수를 대폭 늘리고 누가봐도 ‘비전문가’인 인사를 무더기로 내려보낸 것은 농협의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보다는 보은차원에서 자리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농협은 비상임이사에게 연간 활동비 6000만원, 해외연수비 2000만원, 회의참가비 600만원 등 8000만원이 넘는 돈을 지급했다.국내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직원 평균 연봉 보다 많은 액수로 3년새 30%가까이 올렸다. 비상임이사 30명중 24명은 조합장을 겸하고 있어서 억대가 넘는 연봉을 받는 셈이다.

농협은 낙하산인사와 방만경영을 해도 될 정도로 실적이 좋은 것도 아니다. 더욱이 공공기관도 아니고 어려운 농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이다. 여기에 정치권 인사들이 우수수 낙하산으로 올 이유가 없다. 이렇게 낙하산 시비가 일고 이들에게 많은 비용을 쓰고 있는 것은 농협의 자의보다 외압의 성격이 짙다. 정부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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