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특별자치시 가능할까?…정치권 입법 시동에 기대반·우려반

현 서울·제주·세종·강원 이어 전북도 내년 특별자치도 출범
민주당 조승래 의원, ‘과학수도 대전 특별법’ 대표발의 예정
대전특별자치시 설치 및 연구개발특구 실증 특례 적용 확대
재원없는 권한이양에 실효성 의문…“제도개선 시급” 주장도
  • 등록 2023-08-17 오전 6:00:00

    수정 2023-08-17 오전 6:00:00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제주와 세종, 강원에 이어 전북이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가운데 대전에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별자치시 지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성공적인 지역 주도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권한을 대폭 이양받아 대전을 과학특별자치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골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9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기념식에서 열쇠를 꽂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재 관련법을 통해 특별시·도의 지위가 부여된 광역자치단체는 서울과 제주, 세종, 강원 등 모두 5곳이며, 전북특별자치도가 내년 출범할 예정이다. 서울의 경우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 당시 이미 특별시의 지위를 가졌고, 제주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특별자치도가 됐다. 또 세종시는 2010년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2012년 출범해 현재까지 국내에서 유일한 특별자치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는 중앙 정부보다는 강원도 주도로 특별자치도의 지위를 얻었다. 지난해 10월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그 근거가 마련됐으며, 강원도의 지역·역사·인문적 특성을 살린 자치권 보장을 바탕으로 한 도민복리증진이 주된 목적이다. 내년 1월 18일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의 관련법 제정 이유도 강원과 유사하다. 전북의 지역·역사·인문적 특성을 살린 자치권 보장을 통한 도민의 복리증진 등이다. 여기에 최근 고양, 남양주, 파주, 의정부, 양주, 구리, 포천, 동두천, 가평, 연천 등 경기 일부 지역을 분리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전도 정부의 권한을 일부 넘겨 받아 지역 사정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로 특별자치시 추진이 검토되고 있다. 국가 첨단 과학 연구시설이 집적돼 있는 과학중심 도시 대전의 위상을 수도에 걸맞은 수준으로 재정립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취지이다. 우선 국회에서 대전의 특별자치시 설치와 이를 바탕으로 한 특례 등이 담길 특별법 법제화를 위한 입법 준비가 진행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유성 갑)은 이르면 이달 중 특별자치시 지정 등 내용을 포함한 ‘(가칭)과학수도 대전 특별법’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대전의 특별자치시 설치과 함께 내달부터 시행되는 연구개발특구 실증 특례 적용 지역을 대전시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각종 후속 절차를 거쳐 대전이 특별자치시의 지위를 얻는데 힘이 실리게 된다. 특별자치시로 지정되면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별도 계정 설치 등을 통해 현행보다 더 많은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다.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수도대전 특별법 관련 토론회에서 조 의원은 “대전을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 내 개발허가나 세금감면 등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전시장이 일부 (권한을)위임받도록 하고, 과학기술, 중소기업, 고용, 국토관리 등 분야에 따라 중앙 사무도 이양받도록 내용에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개발 특구 등에 적용되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임시허가제도 등 각종 규제완화 제도를 대전 전 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다양한 인재 유치를 위한 비자 특별 지구 설정, 정주권 개선 등 각종 제도 개선 내용도 특별법에 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미 5개 지역이 특별자치시·도가 지정돼 있고, 반쪽짜리 권한 이양에 부족한 세입구조 등 현행 제도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재원 없는 권한 이양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강원의 경우 재정자립도는 29.4%로 세입 예산 8조 6767억원 중 자체 수입 30%(2조 1270억원)을 제외하고, 국가 보조금·지방교부세 등이 주요 재원이다. 2006년 7월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7년 동안 나름의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미완성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당초 제도 설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주장한 ‘연방제 수준의 고도의 자치권’은 존재하지 않았고, 재정분권 특례인 국세 이양조차 부처 이기주의에 막혔기 때문이다. 반면 제왕적 단체장을 제어할 수단이 없고, 각종 난개발만 초래했다는 비난도 사고 있다. 충청권의 한 지자체 고위 관계자는 “특별자치시·도는 제주나 강원처럼 지리·환경적 요인에 의해 고립돼 있거나 낙후돼 있어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정책·지원이 아닌 지역의 특성에 맞는 고도의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특별자치시·도가 계속 증가한다면 특별하지 않은 특별자치시·도가 될 것”이라며 “이번에 대전에서 추진 중인 특별자치시 도입 문제도 지역에서 공론화나 정치권과 지자체가 공조하기 보다는 몇몇 국회의원이 개별적으로 추진하면서 강원이나 전북과 같이 큰 동력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로 앞으로 더 많은 논의과 숙의과정, 제도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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