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제출해야 할 과제의 양이 많아지면서 업체의 도움을 빌리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특히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중간·기말고사 등 대면 시험을 과제로 대체해 성적을 부여하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상 편집부터 프로그래밍까지...발전하는 과제대행
네이버,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의 웹사이트에서 ‘과제대행’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수많은 유형의 과제를 대신 해주겠다는 업체를 볼 수 있었다.
과거 레포트 등 글 쓰는 과제를 작성해주는 것에 불과했던 과제대행업체들은 최근 다양한 분야의 과제를 대행하고 있었다. C언어, 자바, 파이썬 등을 이용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설계하는 것부터 학기중 중간 과제인 공업수학, 통계 등의 문제 풀이를 하는 것까지 대행을 의뢰할 수 있다. 또 영상학과 재학생을 위해 영상 편집물을 만들어주거나, 영어 에세이를 써주는 것도 가능했다.
에브리타임 등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는 과제 대행으로 수익을 얻으려는 학생들도 글을 게시했다.
서울 소재 A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컴퓨터공학과 과제인 파이썬 프로그래밍을 대신 해주겠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퀄리티 보장하니 원하는 사람은 쪽지를 보내라”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한 과제대행업체에 문의한 결과, 독후감이나 감상문 등 1페이지 내외의 간단한 과제는 2만원만 지불하면 대행이 가능했다. 10쪽에 달하는 소논문도 약 10만원을 지불하면 참고문헌까지 깔끔하게 달아준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업체 측은 대행이 완료된 과제물은 발송 전 표절 프로그램으로 검수하기 때문에 표절 시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 다른 업체는 의뢰자에 대한 어떠한 개인정보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업체 측은 “과제물은 어디에 제출하는지도 묻지 않으며 의뢰가 끝나면 의뢰자의 이름, 번호 등은 바로 폐기하기 때문에 전혀 기록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과제 대행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의뢰 내용의 난이도에 따라 가격을 책정한 뒤, 의뢰자가 동의하면 전문 개발자가 대신 프로그래밍을 해주는 구조였다.
표절이 걱정된다는 질문에 업체 측은 “프로그래밍 과제 대행만 수년간 진행해온 프로들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수 년간 진행해오며 고객들로부터 표절 문제로 불만 접수가 들어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자신했다.
교수들 "과제대행업체 존재 사실 몰라"
실제로 교수들은 과제대행업체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소재 대학의 A 교수는 "과제대행업체라는 것이 있는 줄 몰랐다"면서 "석·박사 과정의 경우 논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논문 내용에 관해 질문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 연구를 수행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학부생의 경우 과제만 제출하면 끝이기 때문에 사실상 검증이 어렵다"고 전했다.
B 교수는 "과제물을 봐도 학생이 스스로 썼는지, 업체의 도움을 받은 것인지 파악할 수 없다"면서 과제대행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우려를 나타냈다.
학생들도 돈으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태에 대해 불안감과 함께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시험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과제가 성적의 절대적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장모씨는 “이번 학기 수업의 기말고사가 거의 과제 제출로 대체됐는데 과제대행업체를 통해 과제를 완성한 사람이 시간을 들여 열심히 작성한 사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는다면 억울할 것 같다”며 “교수님이 과제를 철저하게 본다고 하더라도 대행업체의 도움을 빌렸는지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