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우위·中 집중' 美, EU·日 車관세 연기…韓 면제 무게(종합)

11월로 미뤄져…EU·日 무역협상에 '지렛대' 활용
'피해 불가피' 美업계 및 의회의 반발 고려한 듯
中에 화력 집중 가능성…증시 변동성도 염두
한국산 '면제' 언급 않았지만…"韓美협정 고려"
  • 등록 2019-05-18 오전 2:50:31

    수정 2019-05-18 오전 9:42:40

사진=A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가운데) 미국 행정부가 17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와 차 부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180일) 미루기로 했다. 따라서 최종 결정은 오는 11월에 이뤄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일본과의 양자 무역협상에서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쓰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복안으로 읽힌다. 중국과의 ‘관세 전면전’이 한층 격화한 상황에서 트럼프발(發) 글로벌 무역전쟁 확전을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무역전쟁의 전선을 중국으로 단일화하기로 한 셈이어서 미·중 무역갈등은 한층 더 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U 협상 포석…EU는 환영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포고문에서 “EU와 일본, 그 외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180일 연기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EU에 수출하는 미국 자동차에 10% 관세가 부과되는 반면, 미국이 수입하는 EU 차량에 대한 관세는 2.5%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드러내 왔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자동차 및 차 부품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인지 여부를 검토한 보고서를 제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보고서를 받은 지 90일째인 오는 18일까지 최종 관세부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양자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EU·일본, 이 중에서도 주요 타깃인 EU 측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EU와의 무역협상에 대해 6개월의 데드라인을 설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미국과 EU 양측은 최근 무역협상에 재개하기로 했지만, 협상은 순조롭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국 측은 EU에 공산품의 관세 철폐와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뿐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농축산물 시장 개방 확대까지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미국 제조업체에 의한 연구개발(R&D) 지출이 뒤처지면, 혁신이 약화하고 미국의 국가안보도 위협받는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현재의 자동차 및 차 부품 수입물량은 미국 국가안보를 훼손하는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결론을 냈다”며 ‘압박’을 이어갔다.

일단 EU 측은 ‘환영 입장을 밝혔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와 미국 간 일부 견해차에도, 그것(관세부과 결정 연기)을 환영한다”며 “EU와 미국은 작년 7월25일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것을 충실하게 고수할 것이다. 추가적인 관세부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도 “EU산 자동차가 미국의 안보위협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EU는 자동차를 포함해 미국과 무역협정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다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는 무역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내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향후 협상의 물꼬를 틀 예정이다.

시진핑 (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對중국 공세 더 강화할 듯


이번 결정은 화력을 중국에 집중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최근 베이징 미·중 고위급 회담이 임박했음을 시사했지만, 중국의 반발이 만만찮아 구체적인 협상 시점은 오리무중이다.

양국 모두 관세 강펀치를 주고받으면서도 실제 관세 발표까지 2주 정도 일종의 ‘유예기간’을 둔 상태이긴 하지만, 미국 측은 아직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나머지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검토를 재차 거론하며 대중(對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관세 전선을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미 업계의 ‘반대’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GMㆍ포드ㆍ피아트크라이슬러(FCA)등 대부분의 미국 완성차 업체들조차 상당수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고율 관세부과는 미 업계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받게 된다. 미 하원 의원 159명은 지난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달라고 요구했던 배경이다.

미·중 관세 전면전이 본격화하면서 뉴욕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글로벌 무역전쟁의 우려를 다소 진정시키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국 측이 유럽산 자동차에 고율관세를 부과했다면 EU 측도 보복에 나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U는 이미 보복 관세를 부과할 2000억유로에 달하는 미국산 물품을 공개한 바 있다.

한국산 車는 면제에 ‘무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면제’ 가능성이 불거졌던 한국산 차에 대해선 별도의 ‘면제’ 언급을 피한 채 “재협상이 이뤄진 한·미 협정, 최근에 서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도 고려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16일) 닷새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귀국길에서 취재진에게 “미국 행정부와 상·하원 주요 인사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 발표 등 한국 정부의 그동안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낙관론에 무게를 실은 바 있다. 앞서 한국을 면제 대상국이라고 보도한 바 있는 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 행정부와 재협상을 마무리한 캐나다와 멕시코, 한국은 자동차 관세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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