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취향에 ‘딱!’…원격근무 늘리는 기업들[워케이션 열풍②]

'근무지 자율선택제' 앞다퉈 도입하는 기업들
사무실 운영과 안전 관리비는 대폭 감소
직원들 삶의 질과 소속감 높아지며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도 좋아져
라인, 야놀자, 버드뷰 등 IT 기업 도입 후 성과
  • 등록 2022-10-19 오전 5:30:01

    수정 2022-10-20 오후 11:21:15

장소와 시간 제약이 없는 자율 원격근무제 도입으로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ation)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라인플러스)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워케이션이 확산하는 배경은 기업의 원격근무 제도 도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보편화된 재택근무가 장소, 시간 제약이 없는 원격근무 형태로 발전하면서 워케이션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라인·야놀자 등 워케이션 열풍 이끄는 IT기업들

모바일 플랫폼회사 라인은 올 7월 ‘하이브리드 워크’ 근무제를 공식 도입했다. 하이브리드 워크는 시차 4시간 이내 해외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자율 원격근무 제도다. 직원들에게 연 204만 원의 원격근무 지원금도 준다. 회사 관계자는 “앞서 2개월간 시범 운영을 거쳐 하이브리드 워크 도입을 확정했다”며 “제주, 강원에서 부산, 전남, 경남 등 지역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OTA(온라인 여행사) 플랫폼회사인 야놀자와 마이리얼트립, 모바일 뷰티 플랫폼회사 버드뷰도 자율 원격근무를 전사로 확대했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 운영회사 우아한형제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근무지 자율선택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전면 시행한다. 우소형 버드뷰 성장관리팀장은 “일정, 장소만 사전 공유하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며 “전체 200명 직원 중 평균 10~20%가 휴가와 함께 업무를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워케이션을 사업화한 벤처기업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제주 조천읍과 대정읍에서 공유 숙소와 오피스 기능을 결합한 시설을 운영하는 관광 벤처회사 오피스는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회사는 최근 뜨거운 워케이션 열풍이 투자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현주 오피스 대표는 “지역 숙소와 연계해 마을 전체를 ‘워케이션 타운’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사무가구 브랜드 데스커는 지난 7월부터 운영 중인 강원 양양 죽도해변에 워케이션 체험공간을 설치하고 ‘워크 온 더 비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사진=데스커)


우수 인재 확보, 생산성 향상 효과 커

기업들이 앞다퉈 자율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원격근무가 직무 만족도를 높여 이직률을 낮추고 새로운 인재 유입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다. 송민규 야놀자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원격근무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 성향과 잘 맞아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6월과 9월 채용을 진행한 라인은 지원자가 1년 전에 비해 30%나 급증했다. 개발 직군은 전보다 2배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회사는 지원자 증가의 원인을 하이브리드 워크 제도로 보고 있다. 라인은 채용 공고에 근무형태를 해외를 포함한 원격근무로 명시했다. 라인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워크 시행 이후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도 전보다 좋아졌다”며 “회사와 직원 간 신뢰가 쌓이면서 구성원들의 소속감도 전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직·간접적인 회사 운영비를 줄이는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예산청은 직원 500명인 회사가 1주에 2.5일 원격근무를 시행할 경우 직원 1인당 연간 1만 1000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원격근무가 사무실 운영, 안전 관리 등에 드는 비용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버드뷰 관계자는 “회사가 전액 부담하던 식비와 간식비, 회의비 등 비용이 줄었다”며 “줄어든 비용으로 월 30만 원씩 식비를 추가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사무가구 브랜드 데스커는 지난 7월부터 운영 중인 강원 양양 죽도해변에 워케이션 체험공간을 설치하고 ‘워크 온 더 비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사진=데스커)


지역봉사 등 ESG 워케이션 프로그램 등장

원격근무 도입이 늘면서 워케이션의 쓰임새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복지 증진 목적 외에 브랜드 홍보, ESG 활동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사무가구 브랜드 데스커는 브랜드 콘셉트를 홈오피스에서 워케이션으로 수정했다. 지난 7월부터는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 건물 3곳에 워케이션 무료 체험공간을 조성하고 캠페인도 시작했다. 최대 5일간 머무르며 웨케이션을 체험하는 데스커의 ‘워크 온 더 비치’ 프로그램은 매주 신청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홍석준 데스커 마케팅팀장은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 캠페인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접목한 사례도 늘고 있다. CJ ENM은 워케이션을 인재 확보를 위한 ESG 경영의 핵심 전략에 포함시켰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해변정화 활동(플로깅)을 접목한 ESG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강원도관광재단은 지역의 부족한 일손을 돕는 봉사활동을 ESG와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경남 거제 아웃도어 아일랜드는 기업의 ESG 수요에 맞춰 비치 클린, 플로깅 등을 ESG 워케이션 상품으로 내놨다.

서울시는 벤처기업 지원에 워케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워케이션을 떠나면 1인당 4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은 올 연말까지 2000명이 참여를 신청했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은 기업과 참가자 만족도가 높다고 판단해 내년 지원 대상과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박효연 전남대 문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일상(업무)과 비일상(휴가) 요소를 동시에 지닌 워케이션이 여행 트렌드를 넘어 새로운 생활방식(라이프스타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케이션은 해변정화 활동(플로깅) 등 기업의 ESG 경영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사진=데스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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