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 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체외수정과 같은 보조생식술이 발달함에 따라 고위험 임신으로 분류되는 만 35세 이상 고령 임신과 쌍둥이 임신이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태어난 쌍둥이는 1만4000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4.6%를 차지했다. 30대 후반 여성의 출산 가운데 쌍둥이 비중은 6.9%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고위험 임신은 상대적으로 조산 확률이 높고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있어 임신 초기부터 출산까지 주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산전 진단과 태아치료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건강에 이상이 발견된 태아도 엄마 뱃속에서 조기에 치료받으면 완치까지도 가능해졌다.
쌍태아수혈증후군, 전체 일란성 쌍둥이의 15%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태아치료센터를 열어 산전 정밀 초음파를 이용해 태아 기형을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연간 4500여 건의 정밀 초음파를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태아션트수술 582건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쌍태아수혈증후군 레이저치료 258건 △태아수혈 189건 △태아고주파용해술 175건 등 풍부한 태아치료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는 태아치료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의료진과도 유기적으로 협진하고 있다. 태아의 이상소견이 발견되는 즉시 태아가 출생 후 받아야 하는 치료와 경과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심장과, 소아외과, 소아심장외과, 성형외과, 소아비뇨의학과, 소아 정형외과, 소아신경외과 의료진과 협진하고 있으며 산전 상담을 조기에 시행해 출생 후 신생아 진료가 더욱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
남자 태아에서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후부요도 판막증은 방광 입구에 있는 판막이 두꺼워져 요도로 소변이 배출되지 못하는 질환이다. 태아 단계에서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방광 내 소변이 신장으로 역류해 신장 기능을 망가뜨려 생존까지 위협한다. 치료는 태아의 방광과 양수 사이에 션트(작은 관)를 삽입해 소변이 양수 내로 배출되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산모의 피부를 국소 마취해 시행하므로 산모의 부담도 크지 않고 분만 시까지 신장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꾸준한 정기 검진…포기 말고 태아치료 받아야”
태아가 혈액이 부족한 경우에는 몸이 전반적으로 붓고 심장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빈혈이 심하면 태반에 부착된 탯줄 혈관에 바늘을 꽂아 수혈을 하게 된다. 수혈이 잘 시행되면 태아가 정상 기능을 회복할 수 있으며 완치도 가능하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소장(산부인과 교수)은 “정기 검진을 꾸준히 받고 이상이 확인된 경우에는 포기하지 않고 태아치료 등 적절한 조치를 시행한다면 큰문제없이 건강한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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