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예기치 못한 시간에 닥쳐온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모든 것이 평소와 똑같았다. 하지만 일상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우리는 완벽한 절망과 좌절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날 이후 우리의 삶은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지난 11일 애프터 데이즈를 만든 소셜벤처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를 만나 게임과 회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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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을 보면 사람의 무의식에 특정 개념을 주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게임에도 그런 기능이 있습니다. 게임 속에 특정 개념을 숨겨놓으면 플레이를 하며 그것을 인지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 특정 개념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도 대표는 이런 종류의 게임을 소셜임팩트게임이라고 불렀다. 기능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교육용 게임으로 분류될 수도 있지만, 목적 자체는 조금 다르다. 도 대표는 소셜임팩트게임을 통해 젊은 세대가 다양한 사회문제에 좀 더 관심 갖게 되길 바라고 있었다.
‘게임으로 세상을 잇자’는 겜브릿지의 미션 또한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게임 세상을 통해 실제 세상을 이해함으로써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분명한 순서가 있다. “최대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면 먼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게임은 최대의 매출을 내야 하고요.”
매출이라니. 예비사회적기업 대표가 언급하기에 자칫 부담스러운 단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도 대표는 자본과 돈에는 선악이 없다고 말한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겜브릿지는 수익의 20%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규칙을 자체적으로 세웠다. 게임으로 높은 매출을 내고자 하는 도 대표의 바람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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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가로서 철학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의외로 ‘법을 잘 지키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게임 회사는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데 겜브릿지 직원들은 여간해선 10시 출근과 18시 퇴근을 지킨다는 것이다. 큰 사회문제를 다루려면 사내의 작은 사회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도 대표의 지론이었다.
일하며 가장 보람됐던 순간은 애프터 데이즈의 손익분기점 이후 발생한 수익을 신두팔촉 커피협동조합에 전달했던 지난해 12월이었다. 처음부터 그들의 도움으로 게임을 만들었으니 수익을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겜브릿지 직원들의 생각이었다. 전달된 돈은 지진으로 무너진 커피보관창고를 복원하는데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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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겜브릿지는 서울대 의과대 신경정신과 신민섭 교수팀과 함께 연구용 기능성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이 작성하는 지루한 설문조사를 재밌는 게임으로 대체하는 작업이었다. 게임 속 캐릭터들의 행동과 말이 설문조사 항목으로 연결돼 데이터베이스로 저장된다. 반응이 좋아 다음 달부터는 추가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샤가 등장하는 애프터 데이즈의 외전 격인 ‘아샤런’도 지난 7월 플레이스토어에 출시했다. 이미 3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가볍고 쉬운 캐주얼 게임이라 남성이 주이용층이었던 애프터 데이즈와 달리 베트남과 인도의 18~24세 여성들이 주로 즐기고 있다.
애프터 데이즈 후속편도 준비 중이다. 1편에서 지진을 겪은 아샤가 행방불명된 남편을 찾아 카트만두로 떠나는 내용이 담긴다. 이밖에도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의 11번째 목표를 주제로 한 도시건설시뮬레이션게임과 세탁소를 운영하며 손님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독특한 방식의 게임도 현재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