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재계에 따르면 올 한해 국내 기업들은 불투명한 경영환경 속에서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 개편, 경영권 분쟁, 실적악화 등으로 다사다난했던 만큼 쇄신과 세대교체를 위한 물갈이 인사가 예상된다.
삼성, 이재용 친정체제 구축 본격화
연말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지난해 인사에서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면서 인사폭을 최소화했지만 올해는 다르다는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온전히 그룹을 이끌게 되면서 그의 경영 스타일에 맞는 인사를 발탁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해졌다. 더군다나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SDI 케미칼 부문 매각 등의 사업·지배구조 재편, 삼성엔지니어링·중공업의 대규모 적자,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 부진 등 삼성그룹내 이슈가 많았다는 점에서 시너지 혹은 분위기 쇄신 차원의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본사 지원부서 인력의 현장 배치를 추진하고 있고, 건설 및 금융 계열사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만큼 승진잔치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를 이끌어온 윤부근(62), 이상훈(60), 신종균(59) 사장이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 만료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들의 거취에 따라 삼성의 인사폭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회장이 2년7개월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경영일선에 복귀한 SK그룹과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은 조직을 다잡을 수 있는 친정체제 구축이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경영공백을 거치면서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017670)과 SK이노베이션(096770) 등이 업종 특성상의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등 최태원 회장 복귀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경영전략을 실현할 인사들이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연말 SK텔레콤(017670)과 SK이노베이션(096770), SK C&C(현재 SK㈜), SK네트웍스(001740) 등 모두 주요 경영진이 교체된 만큼 사장단의 큰 변화보다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조직쇄신 차원의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롯데그룹 역시 최근 삼성 화학계열사 3사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신동빈 회장 체제를 공고히 할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경우 이인원(68) 롯데쇼핑 부회장과 이원준(59) 롯데쇼핑 사장, 송용덕(60) 호텔롯데 사장, 이영호(56) 롯데푸드 사장 등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만 10여명에 달하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옥석가리기를 통한 경영권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오너 일가인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이사장의 호텔롯데 등기이사 임기는 내년 초 만료된다. 신동빈 회장도 롯데쇼핑 이사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등기이사 연임 등을 두고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인사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부진 기업, ‘신상필벌’로 분위기 쇄신
최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주도로 공식 출범한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거물급 인사영입과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영업·마케팅 부문의 후속인사도 예상된다.
LG그룹은 LG전자(066570)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 이를 타개하고 자동차부품 사업 등 신성장동력을 적극 육성할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 인사에서 LG전자 일부 해외법인장이 교체되는 등 지난해에 비해 인사폭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조선·중공업 업계는 신상필벌 인사가 예상된다. 지난 3일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 4곳의 대표를 교체하는 인사를 한 현대중공업이 바로미터다. 하경진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은 반잠수식 시추선 계약 취소로 손실을 초래한 책임으로, 박종봉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부사장은 해양플랜트 사업 부진을 이유로 자문역으로 물러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올해 임원 인사 트렌드 중 주목할 만한 점은 ‘임원 축소’”라면서 “이는 단기 실적 악화와 저성장 기조에 따른 기업들의 대비책과 기업 합병 등으로 인한 조직개편에 따른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SK-헬로비전 인수에 대형로펌도 ‘후끈’..통신지배력 논란이 관건
☞SK텔레콤, 홈네트워크 국내 1위 현대통신과 연동제품 출시
☞이상천 NST 이사장 "융합연구단, 미래기술개발 위한 '드림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