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육부 공무원은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개편에 대해 이처럼 무력감을 나타냈다. 얼마 전 교육부가 발표한 인사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교육부 공무원의 경우 국립대 사무국장을 맡을 수 없다. 우수 인재를 임용, 대학 발전에 기여하도록 국립대 사무국장 직위를 타 부처 공무원과 민간에 개방한다는 게 이번 개편의 취지다. 하지만 교육부 외 기획재정부 등 타 부처 공무원이 임용돼야 해당 대학이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는 과연 어디서 온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교육부는 해당 개편안 발표 당일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교육부 공무원 16명 중 10명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후 2명을 전보조치하고, 나머지 4명은 국감 직후에 추가로 대기발령시켰다.
교육부가 서둘러 사무국장 인사개편을 마무리 지은 데에는 용산(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교육부 폐지론이 제기됐고, 이후 김인철·박순애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면서 이를 방어하지 못한 교육부가 대통령실 눈 밖에 났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필자는 재작년 국립 공주대를 방문, 원성수 총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원 총장은 학생생활관·교원연수시설 신·증축 예산을 확보하는 등 취임 3개월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취임 직후부터 예산당국과 국회를 찾아다니며 사업 필요성을 읍소한 결과다. 당시 이를 옆에서 보좌한 사무국장은 교육부 출신 공무원이었다. 이처럼 국립대 사무국장은 때로 중앙정부의 예산지원 등 해당 대학이 추진하는 숙원사업에서 총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정작 국립대 총장들이 교육부 공무원을 배제한 인사개편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일부 교수들의 일탈행위다. 서울대는 정부 통제를 벗어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며 2012년 국립대법인으로 새로 출범했지만 일부 교수들의 비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병천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국제학술지 등에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 아들 이름을 공저자로 올렸다. 당시 그의 아들은 미국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이었으며 해당 연구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 이 교수의 아들은 이를 대입 스펙으로 활용,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 시험에 합격했다. 이 교수의 사례처럼 이른바 ‘입시 스펙’을 위해 자신의 자녀 등을 논문 공저자로 올린 사례는 서울대에서만 22건이 드러났다.
제도·조직·체계를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고 저절로 개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 일부의 일탈행위를 전체로 보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나 모든 것을 규제 탓으로 돌리는 일이나 위험스럽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