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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을 부은 곳은 시민단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폐지된다면, 연봉 5000만원인 근로소득자의 경우 최고 50만원 가량이 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만만한 직장인 호주머니만 턴다’는 비난으로 온라인이 들끓었다. ‘세금주도성장’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사실일까?
연봉 5000만원 직장인 50만원 증세 ‘사실 아냐’
납세자연맹 발표는 기획재정부가 소득세법을 개정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할 경우를 가정해 산정한 증세 규모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 정도 수준으로 세금 부담이 오르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그렇지는 않다. 이론상으론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시 억대 연봉을 받는 근로소득자의 경우에만 50만원 이상 세금이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신용카드 소득공제 규모를 파악하면 폐지 시 증세 부담 규모를 알 수 있다.
기재부·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작년 9월 발간한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보고서에 따르면 연소득 1억원 초과~2억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1인당 소득공제 경감세액이 57만7486원이었다. 이는 국세청 국세통계연보(2016년 기준), 근로소득 연말정산 지급명세서 신고자의 신고 실적 등을 토대로 산정한 것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소득공제 경감세액은 편차가 크다. 1인당 경감세액은 연소득 1000만원 이하는 5만3228원, 10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는 10만6360원, 2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는 17만1103원, 4000만원 초과~6000만원 이하는 28만8598원, 60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는 35만9887원, 8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는 44만484원이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액’ 총액은 23조9346억원이다. 1년 전보다 8.74%(1조9234억원)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서민증세는 사실
그렇다면 납세자연맹의 ‘연봉 5000만원, 50만원 증세’ 발표는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일까. 납세자연맹은 여러 가정을 전제로 세법 공제액 산식에 따라 계산한 것이다.
현행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총 급여액의 25%를 넘는 신용카드 사용액의 15%를 300만원까지 소득에서 공제해 근로소득세를 감면하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연봉 5000만원인 근로자가 신용카드 3250만원을 사용해 최고한도인 300만원을 공제받게 됐다고 가정했다. 이어 산식(지방소득세 포함한 한계세율 16.5% × 300만원)에 따라 증세 금액이 49만5000원이라고 밝혔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원인을 파악해 봐야겠지만 한계세율에 대한 그런 해석은 맞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축소에 대한 반발이 큰 것은 증세 규모보다는 증세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공제를 받은 인원 비중이 연소득 2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가 39.18%, 4000만원 초과~6000만원 이하가 22.79%에 달한다. 연봉 1억원 초과 근로자의 경우 4.67%에 불과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줄이면 증세 규모를 떠나 서민들이 힘들어지는 ‘서민 증세’가 되기 때문에 반발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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