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등에 업은 日·中.. 韓해외건설 '들러리 전락하나'

연초 삼성엔지 계약해지·GS건설 UAE 정유공장 화재 '악재'
현대건설 회계감리.. 해외건설사 미청구 공사대금 이슈화
일본·중국업체, 정부지원 등에 업고 적극적 '오일달러' 사냥
  • 등록 2017-01-23 오전 5:00:00

    수정 2017-01-23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해외 공사 수주 회복을 노리는 국내 건설업계가 최근 국내외에서 잇따라 터진 악재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밖으로는 수년 전 호황기에 저가로 수주했던 일부 건설업사의 해외 공사 중단 이슈가 발생했다. 안으로는 해외 공사 미청구 공사대금 회계처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적극적인 해외 공사 수주 확대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반면 경쟁사인 중국과 일본 건설사들은 최근 국가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자체 경쟁력만으로 글로벌 수주전에 나서야 하는 국내 건설사들이 국제유가 상승의 호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초부터 공사 계약 해지에다 미청구 공사대금 감리 ‘악재’

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최대 산업단지인 얀부지역에서 수행하던 1조6000억원 규모의 발전 및 해수담수 플랜트 공사의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해양담수청(SWCC)으로부터 2012년 설계와 조달, 공사, 시운전 등을 일괄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던 이 공사는 그동안 저유가로 공사가 지연돼 공정률이 60%에 그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원가율 상승으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발주처와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현지시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르와이스공단에서 GS건설이 완공한 정유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르와이스공단 정유공장 공사는 삼성엔지니어링와 SK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도 참여했는데 GS건설(006360)은 가장 난공사로 꼽혔던 프로젝트를 맡아 지난 11월 완공 후 현지 회사에 공장 운영을 맡겼다. GS건설은 “발주처인 타크리어사 관리팀의 실수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시공사의 피해 보상은 없고 발주처 보험으로 처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운전 중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발주처인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자회사인 타크리어가 시공부실로 책임을 떠넘길 경우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금융 감독당국이 현대건설의 해외 미청구 공사대금과 관련한 회계 감리에 착수했다. 미청구 공사대금은 매출로 인식한 공사 금액 중 발주처에서 받지 못한 금액으로 건설업체의 대규모 손실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대우건설이 외부감사 검토의견 ‘거절’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연초부터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 감리 소식이 전해지자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대형 건설사들은 회계 투명성 논란의 불똥이 어디로 튈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국제유가 상승으로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건설공사 프로젝트 발주가 기대되고 있지만 국내 건설업계는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몇년 전만 해도 업체마다 연초 해외수주 목표액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외형 경쟁에 나섰지만 요즘은 발주 지연 등 리스크에 대비해 내부적으로만 목표를 공유하면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중동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발주가 늘면서 과거 국내 업체간 출혈 경쟁이 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도 올해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해외건설 수주는 전년 수준에서 큰 폭으로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 건설시장이 도급사업에서 민관협력 투자개발형 사업(PPP)으로 사업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투자개발형 사업 진출 비중은 2014년 3.0%에서 2015년 2.4%, 지난해에는 0.3%로 급감했다.

건설업계 아직은 관망… 사업계획 보수적

국내 건설업체가 주춤하는 사이 경쟁사인 일본과 중국 업체들은 정부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해외건설 수주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란에서는 10억 달러 규모의 테헤란 정유공장 개선 프로젝트 시공사로 일본 플랜트엔지니어링업체인 JGC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000720)이 노렸던 30억 달러 규모의 반다르 아바스 정유공장 사업도 일본업체인 치요다가 차지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국내 건설업계의 이란 공사수주 실적은 대림산업(000210) 작년 말 2조3000억원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공장을 수주한 게 거의 유일하다.

일본은 한국보다 높은 수출 신용을 앞세워 대출·보증 등을 통해 발주처에 공사비를 주고 향후 이자를 붙여 되돌려받는 시공자 금융주선(EPCF) 방식으로 해외 공사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앙아시아 국가와 경제협력을 위해 제시했던 실크로드경제벨트를 통한 파이낸싱을 통해 해외건설 수주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해외건설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전년보다 수주 환경 개선 가능성이 높지만 과도한 낙관은 금물”이라며 “국내 건설업체들의 역량 강화와 정부 차원의 건설외교 확대 및 금융 지원 강화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 4년간 지역별 해외수주 실적 (단위: 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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