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경쟁사인 중국과 일본 건설사들은 최근 국가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자체 경쟁력만으로 글로벌 수주전에 나서야 하는 국내 건설사들이 국제유가 상승의 호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초부터 공사 계약 해지에다 미청구 공사대금 감리 ‘악재’
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최대 산업단지인 얀부지역에서 수행하던 1조6000억원 규모의 발전 및 해수담수 플랜트 공사의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해양담수청(SWCC)으로부터 2012년 설계와 조달, 공사, 시운전 등을 일괄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던 이 공사는 그동안 저유가로 공사가 지연돼 공정률이 60%에 그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원가율 상승으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발주처와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현지시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르와이스공단에서 GS건설이 완공한 정유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르와이스공단 정유공장 공사는 삼성엔지니어링와 SK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도 참여했는데 GS건설(006360)은 가장 난공사로 꼽혔던 프로젝트를 맡아 지난 11월 완공 후 현지 회사에 공장 운영을 맡겼다. GS건설은 “발주처인 타크리어사 관리팀의 실수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시공사의 피해 보상은 없고 발주처 보험으로 처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운전 중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발주처인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자회사인 타크리어가 시공부실로 책임을 떠넘길 경우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올해 국제유가 상승으로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건설공사 프로젝트 발주가 기대되고 있지만 국내 건설업계는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몇년 전만 해도 업체마다 연초 해외수주 목표액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외형 경쟁에 나섰지만 요즘은 발주 지연 등 리스크에 대비해 내부적으로만 목표를 공유하면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중동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발주가 늘면서 과거 국내 업체간 출혈 경쟁이 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도 올해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해외건설 수주는 전년 수준에서 큰 폭으로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 건설시장이 도급사업에서 민관협력 투자개발형 사업(PPP)으로 사업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투자개발형 사업 진출 비중은 2014년 3.0%에서 2015년 2.4%, 지난해에는 0.3%로 급감했다.
건설업계 아직은 관망… 사업계획 보수적
일본은 한국보다 높은 수출 신용을 앞세워 대출·보증 등을 통해 발주처에 공사비를 주고 향후 이자를 붙여 되돌려받는 시공자 금융주선(EPCF) 방식으로 해외 공사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앙아시아 국가와 경제협력을 위해 제시했던 실크로드경제벨트를 통한 파이낸싱을 통해 해외건설 수주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해외건설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전년보다 수주 환경 개선 가능성이 높지만 과도한 낙관은 금물”이라며 “국내 건설업체들의 역량 강화와 정부 차원의 건설외교 확대 및 금융 지원 강화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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