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문제, 日 결자해지 필요…美 압박도 방법"

[만났습니다]①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최고 지도자 수준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
병존적 채무인수가 현실적…3월이 타결하기 좋은 타이밍
  • 등록 2023-02-27 오전 5:40:00

    수정 2023-02-27 오전 5:40:00

이원덕 국민대 교수가 지난 2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최고 지도자 수준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일본 전문가인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우리 정부의 역할은 사실상 다 한 상황으로 공은 일본 쪽에 넘어갔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는 공익법인인 피해자지원재단이 국내 기업의 기부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변제하는 ‘제3자 변제안’(병존적 채무인수)을 공식 제안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혜택을 입은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을 통해 재단 기금을 조성한 뒤, 일본 피고 기업들을 참여시키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이 교수도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봤다.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쟁점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 표명과 일본 피고 기업들의 배상금 지급 등 크게 두 가지다. 그러나 일본은 사과 표명 대신 과거 사죄 담화를 계승하는 수준의 입장 표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구상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내걸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한일 관계는 서로에게 상당히 중요함에도 한 치의 양보나 타협이 없는 게 안타깝다”며 “일본이 이렇게 뻗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탄식했다.

국제 정세가 어지러운 가운데,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국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강제징용 사안에 대해서 우리가 할 일은 다 했고 일본이 움직이지 않아 어렵다는 걸 미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가 지난 2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양국이 조만간 합의를 도출할까.

△윤석열 정부 들어 강제징용 문제는 급속한 흐름을 타서 해결 쪽으로 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중심이 돼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민관위원회, 공청회를 거쳐 타협안을 어느 정도 구축했다고 본다. 문제는 우리가 100 중 90을 했다면 나머지 10은 일본이 화답을 해줘야 하는데 거기에서 막혔다. 우리 정부는 할 만큼 최대치를 했다. 우리 정부가 구체적인 안을 만들고 추진할 수 있는 태세까지 갖춘 건 높이 평가한다. 남은 숙제는 일본에 넘어갔다.

-일본 기시다 정부가 과연 우리 요구대로 응할까.

△일본도 어렵다고 한다.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이미 게임이 끝난 것인데 재차 한국 법원이 요구하는 데 대해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가 타결이 안 되면 한일 관계 개선은 어렵다. 우리 전략 외교나 국익에 치명적인 손상이 온다. 일본 또한 한국과의 협력을 추진해야 하는데 협조가 어렵다고 하면 일본 국익에도 손상이 있다. 더욱이 미국 바이든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을 중요한 축으로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4월쯤에 방미 예정이 있지 않나. 이 문제를 타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갈 경우 교섭 지위가 떨어질 거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이 문제를 매듭짓고 싶어 하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강할 것이다.

-타결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50대 50이다. 일본이 전향적 자세로 나오면 되는데, 될 듯 될 듯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라. 한일 관계는 서로에게 상당히 중요함에도 한 치의 양보나 타협이 없는 게 안타깝다. 일본이 이렇게 뻗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일본의 양보라기보단,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물론 대법원 판결이 100% 옳다고 생각하진 않으나, 그런 판결이 나왔으면 일본도 존중해야 한다.

-‘도덕적 우위론’에 따라 금전 배상은 포기하고 일본의 사죄 및 사후 교육을 요구하는 안을 우리 측이 제안하기도 했었다.

△국내 여론과 피해자 그룹의 양해가 필요하다. 병존적 채무인수 방법까지 구체화 된 상태에서, 지금 국면에선 어렵다. 피해자들이 동요할 수 있다. (병존적 채무인수) 그 중심으로 밀어붙이는 게 가장 현실성이 있다.

-현금화 후 일본 기업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안은.

△병존적 채무인수로 하되,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도 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현금화가 불가피하다. 사실은 순서의 문제인데, 먼저 현금화를 한 다음에 그 손실분을 보전하는 것도 가능은 하다. 그렇게 융통성 있게 할 수 있어야 함에도, 일본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팔짱만 끼고 있다면 그것도 어렵다.

-양 정상 간 담판이 필요해 보인다.

△정상회담 일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가장 주목되는 일정이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초대하는 걸로 기대하고 있고 일본도 그럴 수 있다고 한다. 강제징용 문제를 3월까지 정리하고, 4월 내 윤 대통령의 방일이 이뤄지고, 5월 G7에서 양 정상이 다시 만나는 게 가장 아름다운 시나리오다. 그때까지 해결이 안 되면 가을로 넘어가고, 우리나라는 총선이 있다. 국내외적 외교 일정과 정세를 고려하면, 3월이야말로 타결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가 지난 2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사과 문제는 타협이 가능한가.

△일본이 사과 대신에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정도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식민지 문제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한다는 거였다. 무라야마 담화도 있고, 위안부 문제 관련해서는 고노 담화도 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표명된 입장도 있었다. 가장 정도가 높은 건 2010년 간 나오토 담화가 있었다. 그런 기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답습하는 형태라도 해주면, 우리 정부가 그걸 받아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 사죄 반성의 태도이기 때문에 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이 사죄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타협이 가능하고 일본 정부도 아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보인다.

-피고 기업이 배상금을 내놓을지.

△아무리 봐도 설득이 어렵다. 하나의 가능성은 일본 경제인단체인 ‘게이단렌’이 기금에 참여하는 거다. 두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이 회원이니 하나의 타협안은 될 수 있겠다 생각하는데, 그조차도 일본 재계가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게이단렌을 통해 상징적으로라도 참여를 하면 우리가 굳이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이 전향적으로 나설까

△일본 외무성과 백날 실무 협상을 해도 진척이 없을 것 같다. 최고 지도자 수준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금 한일 관계가 이렇게 묶여 있는 게 일본에게도 유리할 게 하나도 없다. 중국·대만 사태와 북한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고려하면 한국과의 안보 및 공급망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에게도 우리가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 강제징용 사안에 대해서 우리가 할 일은 다 했고 일본이 움직이지 않아 어렵다는 걸 미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사 △서울대 외교학 석사 △도쿄대 대학원 국제관계학 박사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미 피츠버그 대학 객원연구원 △도쿄대 객원교수 △외교부·통일부·동북아역사재단 자문위원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소장·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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