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수산 상가의 비극

故김회장 부인 가족갈등 끝에 경쟁사에 경영권 넘겨
임직원 100여명 빈소 몰려가 점거..조문객도 못받아
  • 등록 2007-06-06 오전 9:20:24

    수정 2007-06-06 오전 9:20:24

[조선일보 제공] 가족간에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오양수산 임직원들이 지난 2일 타계(他界)한 창업주에 대한 조문객을 막고 발인까지 연기하는 사태를 빚고 있다.

5일 오양수산의 창업주 김성수(金性洙·85)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영안실에는 조문을 거부당한 사람들이 발길을 돌렸다.

오양수산 임직원 100여명이 지난 4일부터 영안실로 몰려들어 ‘오양수산 절대사수’, ‘주식매각 결사반대’가 적힌 어깨띠를 두른채 조문객을 돌려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은 당초 5일 오전 9시에 예정됐던 발인마저 연기했다.  
 
창업주의 장례마저 차질을 빚게 한 사태는 지난 4일 사조산업의 계열사인 사조씨에스가 김 회장과 부인 최옥전씨 명의의 오양수산 주식 35.4%를 사들였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조씨에스는 김 회장이 타계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1일 김 회장과 부인 최씨가 보유한 오양수산 지분을 127억원에 넘겼다고 밝힌 것이다. 사조산업 관계자는 “지난 3~6월 꾸준히 장내에서 오양수산 주식 11.1%를 사들였다”면서 “이번 계약을 통해 오양수산 주식 46.5%를 보유하게 돼 사실상 경영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회장의 장남 김명환(金明煥·52) 부회장과 임직원들이 김 회장 부부의 주식처분에 반발해 조문을 막고 나선 것이다.

김 부회장은 “중환자실에 있던 아버지는 의식이 또렷하지 않았다”면서 “그런 아버지가 매매계약서에 사인했다고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머니를 설득해 주식을 되찾아오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 발인도 연기했다”고 말했다.

오양수산의 최규석 상무는 “38년을 이어내려 온 회사가 하루아침에 경쟁사로 넘어가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이어져온 오양수산 가족간의 갈등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 회장이 2000년말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김 회장 부부와 장남인 김 부회장간에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김 회장은 장남인 김 부회장이 2003년과 2006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되자 “무효”라며 회사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소송을 냈다. 부인 최옥전씨 측은 “김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원했지만 장남인 김 부회장이 이를 무시하고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면서 부자(父子)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졌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김 부회장이 모친인 최씨를 상대로 산업금융채권 39억원어치를 돌려달라며 채권반환 소송을 냈다.

빈소를 찾았다가 조문을 하지 못한 김모(64)씨는 “가족간 다툼 때문에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인 최씨 측은 “주식매매계약은 김 회장이 수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라며 계약의 정당성을 밝힌 뒤 “발인을 끝내는 게 우선” 이라고 했다.

고(故) 김성수 회장은 함경남도 출신으로 1969년 오양수산을 창업하면서 참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1983년 오양수산은 명태를 주원료한 ‘오양맛살’을 선보이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임직원 700여명, 연간 매출 10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과 부인 최씨 사이의 2남4녀 중 차남과 딸들은 오양수산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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