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백척간두에 선 韓경제

글로벌 경기둔화·中공세..朴탄핵 때보다 상황 더 열악
원화약세, 수입물가 상승..소비심리 위축에 내수침체
트럼프 리스크에 리더십 공백..산업경쟁력 약화 우려도
'풍전등화' 비상 경제 상황, 여·야·정 힘을 모아야
  • 등록 2024-12-16 오전 6:00:00

    수정 2024-12-16 오전 6:00:00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는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산업계는 가장 우려했던 정치 리스크가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차기 대통령 선출까지는 앞으로 수개월이 더 남았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은 매우 취약해진 상황이다. 당장 다음 달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리더십 공백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파장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수입물가 상승에 내수침체 우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우리나라 경제는 어땠을까. 경제계 전문가들은 현 경제 상황이 더 좋지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2016년만 해도 반도체 호황기에 양호한 수출 지표로 3%대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저성장 기조 속에서 그나마 경제 성장을 이끌던 수출마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이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2% 감소하면서 올해 3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대비 0.1% 성장하는데 그쳤다.

원·달러 환율도 12·3 계엄 사태 이후 1400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수입물가가 전월대비 1.1% 오르면서 두 달 연속 상승했는데 최근 원화 약세로 수입물가가 더 오를 여지도 있다.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이는 곧 내수침체로 이어진다.

[서울=뉴국민의힘 의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소비 지표는 크게 꺾였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3을 기록하며 기준치 100을 밑돌았고, 2017년 2월 94.5까지 하락했다.

정부 역시 비슷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그린북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美트럼프 대응 골든타임 놓칠라

더욱이 내년 1월에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다. 미국이 강도 높은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리더십 공백에 따른 대외 협상력 약화로 미국의 신 행정부 출범에 대응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자칫 반도체·배터리 등 향후 우리나라 경제 성장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정부·여당 주도로 추진했던 경제 정책 역시 탄핵 정국과 맞물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게 됐다. 반도체 특별법, 인공지능(AI) 기본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산업 지원 정책은 모두 뒷전으로 밀려날 처지에 놓였다.

이에 주요 경제단체들도 국회와 정부를 향해 한목소리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빠르게 안정화하며 경제회복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정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국회와 정부가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는 비상 경제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국회는 초당적 차원에서 여야간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촉구했다.

탄핵심판의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이제 여·야·정은 비상계엄·탄핵사태로 흔들렸던 우리 경제를 되살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정치적 리스크가 더 이상 경제의 발목을 붙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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