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처절한 동양풍 로판…리디 ‘호덕전’

2020년 ‘1등1억 리디 웹툰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고대 동양국가 배경, 수묵화 방식 작화로 눈길
초반부터 짜임새 있는 서사, 기구한 주인공 설정도 몰입↑
  • 등록 2022-12-24 오전 8:00:00

    수정 2022-12-24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리디 ‘호덕전’

화려하지는 않지만 간결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수묵화 방식의 작화. 여러 고대 동양의 신화들을 결합한 신선한 세계관. 속도감이 있진 않지만 한땀한땀 서사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 리디 ‘호덕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들의 눈와 마음을 사로잡는 웹툰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수묵화 방식의 전반적인 작화 분위기다. 다만 배경부터 전체적인 선들은 모두 수묵화 방식이지만, 캐릭터 얼굴 같은 일부의 경우 일반적인 만화 작화 형식을 취해 신선함과 익숙함을 동시에 꾀했다.

웹툰 ‘호덕전’은 반인반수 ‘덕임’과 왕자 ‘온랑’의 처절한 로맨스를 다룬다.백호의 딸로 태어난 반인반수 ‘덕임’은 남다른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배척당한다.어느날 부모님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고,혼자가 된 덕임은 어머니의 벗이자 태자비 ‘만명’을 따라 입궁한다.만명의 아들 ‘온랑’은 덕임을 보살피며 궁중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준다.하지만 온랑의 일가가 정쟁의 희생양이 되는 비극이 덮치고 만다. 복수를 다짐하는 온랑은 덕임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고대 동양국가 배경의 세계관이 참 신선한다. 제사장이 등장하는 만큼 우리나라 역사상으로 보면 삼국시대 이전의 분위기에 가깝다. 사람이 되려는 신, 그리고 신이 되려는 사람간 이야기와 로맨스를 짜임새 있게 담았다. 특히 웹툰 초반부는 주인공 덕임이 왜 사람이 되는 것에 집착하는지에 서사를 차근차근 밟아가며 독자들에게 설명하는데, 전체 작품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웹툰은 2020년 리디가 진행한 ‘1등 1억 리디 웹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 작품성과 연출모두 인정받으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단순 남녀간 로맨스는 기본이고, 주인공들의 기구한 사연과 궁중암투 요소까지 접목하면서 전체적으로 무게감 있는 전개를 보인다. 괄시와 무시 속에서 성장하는 덕임, 욕망에 사로잡힌 세력가들에게 갖은 고초를 당하는 온랑이 어떻게 복수를 하는지 독자들 입장에선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주변인물의 변화도 이 웹툰의 주요 포인트인데, 덕임의 소꿉친구 ‘초희’가 궁에 들어오면서 바뀌는 인물관계 요소가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호덕전’은 인물관계의 흐름과 변화, 전체적인 서사의 짜임새가 훌륭한 작품이다. 흑백톤의 작화는 이를 적절하게 잡아주며 독자들에게 몰입감을 키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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