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크게 성장했던 글로벌 퀵커머스(Quick Commerce,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10분~1시간 내 배송지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즉시배송 서비스) 스타트업들을 두고 자본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말이다.
팬데믹 수혜로 인프라 없이도 단숨에 유니콘에 등극한 글로벌 퀵커머스 스타트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엔데믹에 따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다. 투자금 없이 버티지 못하는 일부 스타트업은 이에 폐업을 선언하거나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
1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 초부터 10월 17일까지 글로벌 벤처캐피탈(VC)들이 세계 퀵커머스 스타트업(15건)에 쏟은 투자금은 총 36억 달러(약 5조1228억 원)다. 36곳의 스타트업에 76억 달러(약 10조8140억 원)의 투자가 이어지며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와는 상반되는 기록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일부 퀵커머스 스타트업은 사업 시작 수개월 만에 유니콘에 등극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독일 기반의 온디맨드 식료품 배달 스타트업 ‘플링크’는 서비스 운영 7개월 만에 약 3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에 등극했다. 이 밖에 독일 기반의 또 다른 경쟁사 ‘고릴라스’도 사업 운영 8개월 만에 유니콘에 등극했다.
하지만 상황은 불과 2년 만에 역전됐다. 이들에 대한 VC 투자 관심도와 밸류에이션이 뚝 떨어진 것이다. 사람들이 일상으로 복귀함에 따라 온라인 총알배송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데다 높은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적자가 나는 퀵커머스 스타트업들의 부실한 사업구조가 수면 위로 드러난 탓이다. 경기 침체로 투자사들이 ‘비전’보다 ‘수익성’을 외치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업구조를 갖춘 스타트업들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혼자선 지속불가능…M&A 늘어날 것
피치북은 그간 대도시를 중심으로 퀵커머스 스타트업들이 피 튀기는 경쟁을 해왔다는 점을 들며 “일부는 시장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할인 쿠폰을 뿌리는 등의 마케팅을 하면서 적자의 늪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어 “식료품의 경우 주문을 처리하고 집행할 오프라인 거점 및 물류 네트워크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퀵커머스 스타트업 입장에선 주문량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관련 인프라 구축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으로 터키 기반의 퀵커머스 기업 ‘게티르’는 시장점유율 확대 차원에서독일 기반의 경쟁사 ‘고릴라스’ 인수를 검토 중이다. 플링크와 마찬가지로 고릴라스도 서비스 운영 1년도 되지 않아 유니콘에 등극한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높은 운영비로 사업 시작 2년 만에 그간 유치한 투자금을 모두 소진하면서 결국 매각 카드를 꺼내 들게 됐다.
이는 비단 해외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다. 국내서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오아시스마켓 관계사 실크로드와 함께 세웠던 퀵커머스 합작사 ‘브이’ 지분(50%-1주)을 최근 오아시스마켓에 전량 매각했다. 연이은 투자 및 서비스 확장으로 적자가 이어지자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이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 속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인프라 없이 성장한 퀵커머스 스타트업들의 경우 강한 놈만 살아남는 구조가 명백해진 상황”이라며 “퀵커머스에 대한 유통가 관심이 크기 때문에 사업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부는 매각을 고려하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