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봉쇄 기간 동안 디지털 전환에서 크게 진전을 봤다. 전체 기업 40%가 디지털화, 비대면 방식으로 시스템을 변화시켰다. 외출이 제한되면서 온라인 소비금액은 73%가 증가했다. 성장이 느리기만 하던 B2C 전자상거래 시장이 전체 소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까지 상승했다. 자연스럽게 온라인 결제 및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결제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쇼핑을 즐기는 호주인들에게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 BNPL)는 코로나19가 낳은 역설적 성공 모델이다. 이 결제 시스템은 단순히 경제력이 부족한 젊은 세대가 애용하는 ‘빈(貧)테크’에서 벗어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목 받는 ‘혁신 핀테크(Fintech)’가 되고 있다. 호주 1위 기업 애프터페이(Afterpay)의 주가는 2017년 주식시장(ASX) 상장시 AUD 3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 12월 AUD 111달러까지 상승하며 ASX20 엘리트 클럽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호주가 만든 BNPL은 무이자 결제가 자리잡은 우리에게는 익숙한 비즈니스이지만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글로벌 금융권의 파괴적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도 프랑스에 이어 미국과 영국에서 BNPL 서비스를 선보이며 신성장 동력화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몰 아마존, 이베이에서도 BNPL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애프터페이, 짚, 흄, 오픈페이, 레이바이, 래티튜드페이 등 10여개 회사가 무한 경쟁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와 고객 연체료가 주수입원인 이들은 안정된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온라인몰, 은행, 카드사 등과 합종연횡하며 새로운 디지털 결제 서비스를 연일 내놓고 있다.
BNPL의 성장은 신용카드의 쇠락을 가져왔다. 호주 소비자들은 까다로운 신청절차와 이자 수입 모델을 고수하고 있는 신용카드를 미련없이 떠나고 있다. 올해만 약 40만 개의 신용카드가 취소돼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의 소비액을 기록하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지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21년 만에 공인인증서가 폐지됐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비대면 시대에 새로운 기술을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코로나 이후 불확실성 시대가 비즈니스계에도 오고 있다. 소비자, 기업, 이해관계자들이 신뢰를 구축하고 탄력성을 높이는데 디지털 전환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기억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