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로 삼겹살 등 육류가격이 크게 오른데 이어 사과·배 등 과일값도 들썩거리고 있다. 이상 저온이나 우박 같은 기상 악화에 과수화상병 피해까지 겹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탓이다. 코로나19로 가정 내 농산물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당분가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 김현수(왼쪽 첫번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충남 천안 배 저온피해 현장을 방문해 배를 살펴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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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2일 기준 사과(후지·상품 기준) 도매가격은 kg당 6100원으로 한달 전보다 13.6%(832원) 올랐다. 평년(2014~2019년)가격이 약 4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50% 이상 뛴 수준이다.
배(산고·상품 기준) 도매가격도 12일 현재 kg당 3800원으로 한달 전보다 5.2%(189원), 평년대비 30% 가량 오른 수준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대형마트·전통시장 등에서 판매하는 소매가격은 배의 경우 10개당 3만3469원으로 평년(3만3117원)과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사과는 평년보다 11.7% 오른 2만2796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과·배 가격이 평년에 비해 크게 오른 주된 이유는 꽃이 피는 개화기에 이상 저온 피해를 입어 생육에 큰 지장을 받아서다.
개화기인 4월 초순과 중순에 일부 지역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피해를 입었다. 열매를 맺기 위해 꽃이 피어야 할 시기에 낮은 온도 탓에 꽃이 고사해버렸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를 보면 4월 저온 피해를 입은 농작물은 총 4만3544ha로 이중 사과(1만9570ha)와 배(7398ha)가 가장 많았다.
이달 초에는 우박이 쏟아지면서 열매를 맺는 작물에 큰 피해를 안기기도 했다. 지난 6일 경남 거창과 전남 무주 등에서 우박을 동반한 비가 내리며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이들 지역에서 사과를 포함해 700ha 이상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수 흑사병’으로도 불리는 과수화상병 발생도 골칫거리다. 사과나 배 등 과수에서 발생하는 과수화상병은 잎이 검거나 붉게 변해 말라죽는데 아직까지 치료 약제가 없는 상황이다. 9일 기준 충주·제천 등 312개 농가에서 187ha가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다.
일단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 매몰 조치를 해야 하고 인근 지역으로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어 생산량에 차질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아직까지 사과와 배의 최대 주산지인 경북, 전남으로 퍼지지 않아 예찰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 [이데일리 김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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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배의 생육환경 악화는 착과수(열매의 수)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6월 사과 관측동향에 따르면 올해 사과 착과수는 전년대비 9.4%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배 생산량은 단위면적(10a)당 봉지수로 측정하는데 전년대비 31.7% 줄어들 것으로 봤다.
공급은 줄어드는데 수요는 지속 상승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이 줄면서 가정 내 농산물 소비가 늘고 있어서다. 농촌진흥청이 이달초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후 구매를 늘렸다는 비중은 과실·과채류가 54.4%로 육류(53.7%), 채소류(38.7%), 곡류(26.8%) 등보다 높았다.
농진청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으로 일시 소비가 급증하는 품목의 지속적인 가격 모니터링을 통한 수급 안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