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사는 주부 이상화(여·35) 씨는 요즘 틈만 날 때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려 전세 시세를 알아보고 있다. 한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5930가구) 재건축 이주를 앞두고 주변 전셋값이 더 뛰기 전에 미리 전세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세 매물이 워낙 없고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도 치솟고 있어 계약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집값뿐 아니라 서울지역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집중되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신규 입주 물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주 수요가 늘면서 전세 물건이 빠르게 소진되고 가격도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재건축 이주 증가로 주변 전셋값 들썩
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1일 대의원회의를 열고 이주 일정을 확정했다. 오는 19일부터 이주비를 신청받고 내달 20일부터 본격적인 이주에 나선다. 이주 개시 후 6개월 안에 이주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주가 완료되는 시점은 내달 1월이 될 전망이다. 둔촌주공아파트뿐만 아니다. 860가구 규모의 고덕주공 6단지도 오는 20일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이주를 진행한다. 길동 신동아 1·2·3차(1200가구)도 올해 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마치고 이주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고덕 래미안힐스테이트(3658가구) 전용 84㎡형 전셋값은 6억원 선으로 지난 2월에 비해 1억 5000만원 정도 뛰었다. 고덕동 E공인 관계자는 ‘강동구에선 올 하반기 8000여가구가 재건축 사업으로 이주하는 반면 입주 물량은 고덕숲아이파크(687가구)와 래미안강동팰리스(999가구) 등 1500여가구에 불과하다”며 “수급(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은 만큼 전세난은 앞으로 더 심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재건축발 전세난 조짐…“이주 시기 조정 필요”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계획 단계에 있어 올해 내 재건축 이주가 예상되는 곳만 2만 2000여가구다. 이 중 80%에 달하는 2만여가구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몰려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2840가구)가 올여름에 본격 이주에 나서고,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도 올 하반기 이주가 예정돼 있다. 1074가구 규모의 서초동 무지개아파트도 현재 이주가 진행 중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 이주 수요자들은 직장 출퇴근과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멀리 이사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며 ““재건축 사업이 완료돼 수급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강남 재건축발(發) 전세난은 강남 지역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전셋값도 상승시킬 수밖에 없다”며 “재건축 조합과 서울시 등 지자체가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이주 시기를 조정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