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에 급등한 유가, 원유 ETF 투자 괜찮을까?

WTI 연고점 경신해 배럴당 90달러 목전
국내 원유 선물 ETF, 9월 전체 수익률 1위
개인은 원유 인버스 베팅…매크로 변수 봐야
롤오버 가격괴리 유의…원유 생산기업도 대안
  • 등록 2023-09-14 오전 6:00:00

    수정 2023-09-14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국제유가가 연고점을 갈아치우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치솟고 있다. 다만, 개인은 오히려 유가가 고점에 올랐다는 판단에 오히려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에 베팅하고 나섰다.

연말까지 유가 상승곡선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거시경제 변수가 유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무엇보다 원유 선물 ETF는 선물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롤오버(만기 연장) 비용에 따른 가격 괴리에 유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단기 변동성을 피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장기 투자에도 유효한 원유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배럴당 90달러 목전, 9월 원유 ETF 전체 수익률 1위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55달러(1.78%) 오른 배럴당 88.84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배럴당 90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연중 최고치를 넘어선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100만배럴 감산과 러시아의 30만배럴 수출 감소가 4분기까지 연장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부각됐다. 여기에 원유와 주요 석유 제품의 재고가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공급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고용지표 호조도 유가 수요 상승에 대한 전망을 키웠다.

국제유가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원유 ETF의 수익률도 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9월 ‘KODEX WTI원유선물(H)’는 8.92% 상승하며 전체 ETF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어 ‘TIGER 원유선물Enhanced(H)’가 8.64%로 뒤를 이었다. 두 ETF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WTI선물 가격으로 산출하는 기초지수(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를 추종한다.

미 증시에 상장한 세계 최대 원유 ETF USO(United States Oil Fund)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USO는 9월 들어 12일(현지시간)까지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상승해 6.1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USL(United States 12 Month Oil Fund) 역시 9월 들어 5.67% 상승했다.

개인은 ‘인버스’ 베팅…“연말까지 유가 상승, 매크로 유의”

이처럼 원유 ETF의 수익률이 뛰고 있지만, 개인들은 오히려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를 사들이고 있다. 이달 개인은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를 130억원 사들였다. 해당 인버스 ETF는 WTI 원유 선물의 가격이 하락하면 기초지수 일간 하락률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KODEX WTI원유선물을 20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조된다.

유가가 단기 급등해 어느 정도 고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조만간 가격 되돌림이 나타날 것으로 본 셈이다. 다만 복합적인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연말까지는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에 투자 기간에 따라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선화 삼성자산운용 ETF운용2팀장은 “OPEC는 주요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해 올해와 내년 글로벌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도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입량이 전월보다 21% 증가했고, 하반기 글로벌 원유 재고 감소량을 고려해 유가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등 원유 가격 상승세가 연말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도선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팀 매니저는 “OPEC+ 국가들의 감산 정책 방향성과 중국 경기에 따른 수요가 유가의 향방에 유의해 원유 선물 ETF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 석유 시추 시설 (사진=AFP)
롤오버 따른 가격 괴리 유의…원유 생산기업 ETF도 대안

무엇보다 원유 선물 ETF는 롤오버 효과를 유의해야 한다. 만기가 있는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은 만기 전 매달 월물 교체를 실시하는데, 이에 따라 유가 상승이 수익에 온전히 반영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월물 교체 시 최근월물(보유 월물)을 매도하고 차근월물(신규 월물)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최근 월물과 차근 월물의 가격 차이에 따라 현물 가격의 상승·하락률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각 원유 선물 ETF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USO는 근월물 중심으로, USL은 월물 12개를 같이 편입한다. 현재 보는 유가 움직임에 더 근접하게 움직이는 ETF는 USO인 셈이다. 롤오버 비용은 근월물 비중이 낮은 USL이 훨씬 낮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KODEX 원유 선물은 근월물, TIGER 원유 선물은 원월물 담고 있다”며 “만약 단기적으로 보이는 유가에 근접하게 투자하길 원한다면 KODEX 원유 선물과 같은 근월물 중심의 상품을, 자산 배분 관점에서 롤오버 비용을 최소화해 투자하려면 원월물 비중이 높은 TIGER 원유 선물이 유효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변동성을 최소화하려면 원유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에는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이 상장돼 있다. KB자산운용은 에너지 수급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미국 원유 생산기업 실적 수혜를 예상했다.

이수진 KB자산운용 ETF상품팀 부장은 “원유 선물 ETF는 롤오버에 따라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조정을 거치면서 장기 성장하는 경우 성과 차이는 더욱 심화돼, 방향성이 확실한 구간에서 단기 투자에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에너지 수급 불안정성이 유가 상승을 야기하고 국가별 에너지 안보 확보를 고려하면 장기 기업 투자가 유리할 것”이라며 “원유 생산기업 ETF와 시장 불확실성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한 일부 원유 선물 인버스 투자 병행이 유효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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