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SPC그룹이 걸어온 길은 정직한 맛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도전과 혁신의 역사였습니다.”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사진=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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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홈페이지에 있는 허영인 회장의 인사말이다. 그의 말대로 맛은 ‘정직’할지 모르겠지만 최근의 SPC그룹 상황을 보면 영 ‘정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5일 토요일 SPC삼립은 돌연 언론사에 사과문을 배포했다. “지난 3일 SPC삼립 사업장에서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관련 조사가 진행되던 중 당사 직원이 감독관의 서류를 유출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황종현 SPC삼립 대표의 사과와 함께 해당 직원을 징계 조치했다는 내용이었다.
SPC그룹은 ‘과잉충성’으로 인한 ‘개인의 일탈’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어느 ‘간 큰’ 직원이 회사를 위해 정부의 공문서를 뒤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는 없다. SPC삼립이 사과문을 배포한 시점을 보더라도 고용노동부가 감독관 문서 유출 사실을 인지하기 전까지 ‘쉬쉬’한 것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든다.
특히 이번 문서는 지난달 15일 SPC그룹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에 대한 감독 계획서다.
일각에서는 SPC그룹의 일련의 대응에 대해 회장 일가에 대한 도 넘은 ‘충성경쟁’이라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6일이나 지난 후에 허 회장이 고개를 숙인 것부터 이번 공문서 무단 촬영 사건, 사내에 해당 내용이 공유된 지 2일이나 지난 후에 사과문이 나온 상황까지 겹치면서 SPC그룹의 기업문화마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종종 예상치 못한 안타까운 사고들이 벌어지곤 한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고겠지만 뜻하지 않게 사고에 직면했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을 각오로 사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선이다. 지금 허 회장과 SPC그룹에 중요한 것은 ‘정직한 맛’보다, ‘정직한 경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