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재보선 혈세 줄인다"‥정치권 나몰라라

朴대통령 대선공약 "재보선 원인제공자가 비용부담"
국회에 선거법 개정안 등 계류됐지만 논의 지지부진
  • 등록 2014-06-30 오전 6:34:56

    수정 2014-06-30 오전 6:34:56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매머드급’ 7·30 재보궐선거에 140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선거범죄(4군데)와 지방선거 출마(10군데), 기타(1군데) 등으로 역대 최대인 15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결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여야 차기 대선주자급 인사들의 재보선 빅매치에 혈안이지만, 정작 그 비용은 국민들의 혈세로 메워지는 셈이다.

최근 10년 국회의원 재보선 예산 추이를 보면, 2005년 111억5300만원을 비롯해 2006년 43억6700만원, 2007년 31억1800만원, 2009년 108억6100만원, 2010년 87억7650만원, 2011년 36억5100만원 등이었다. 10년간 약 605억7000만원의 중앙재정이 소요된 것이다. 여기에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재보선까지 더하면, 해당예산 규모는 더 커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 재보선의 경우 가뜩이나 부족한 지방재정이 투입된다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에 대한 정치권의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장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관련공약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1월6일 당시 후보 신분으로 정치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각종 비리와 부패 때문에 재보궐 선거가 많이 발생해 국고가 낭비되고 행정이 마비됐다”며 “앞으로는 부정부패 사유로 재보선 발생시 그 원인 제공자가 재보선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비용 부담이 공무담임권(국민이 국가 혹은 지자체 기관에서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약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국회 안전행정위 전문위원실)는 의견도 있긴 하지만, 재정손실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여나가자는 취지에는 정치권에 공감대가 있는 셈이다.

이번 재보선의 경우 경기 수원을과 경기 평택을, 충남 서산·태안, 전남 나주 등 네군데가 박 대통령이 언급한 지역구에 해당한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의원직을 잃은 곳들이다.

이외에 현역의원들이 이번 6·4 지방선거에 대거 출마한 점도 혈세가 샌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새누리당 김기현 남경필 박성효 서병수 유정복 윤진식 정몽준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이낙연 의원, 무소속 이용섭 의원 등이 속했던 10개의 지역구는 이번에 재보선을 다시 치르게 됐다.

문제는 정치권이 기존 약속에도 불구하고 후속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대한 재보선이 실시될 경우 그 사유를 제공한 자가 재보선 선거관리경비를 부담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안) 등이 국회에 계류돼있지만, 발의된 이후 지난 2년간 거의 검토되지 않았다. 이완영 의원은 “선거비용 부담 같은 징벌적 장치가 있지 않으면, 재보선에 국가재정이 대거 투입되는 걸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대선공약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은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이 나온다.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여권 한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 대부분 잠재적 지방선거 출마대상자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어서 논의가 지지부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박 대통령의 공약 등이) 정치쇼가 아니라면 약속 이행에 대한 책임을 보여야 한다”면서 “재보선에 대한 원인을 제공한 당은 해당 지역구에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 무공천이 주민들의 민주적 선택권을 제한할 여지가 있다면 최소한 그 선거비용은 부담하는 게 공당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다”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12년 11월 6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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