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피치사는 이날 벨기에에 대해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다면서도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재정문제를 환기시켰다. 이로써 재정위기 조짐이 있는 나라로 꼽혔던 이탈리아와 벨기에가 위기 가시권에 진입했다. 정치적인 이슈인 스페인 선거 결과는 유럽 위기 우려를 더욱 고조시켰다. 스페인의 사파테로 정부는 지난 주말 지방선거에서 30년 만에 최대의 패배를 기록했다. 유권자들은 집권당이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실시한 긴축정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에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이 긴축정책을 계속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유럽 금융시장에 확산됐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심화하는 과정을 보이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주말, 그리스가 국채발행시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한, 300억 유로의 재정 공백을 피할 수 없으리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그리스는 시장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려 안간힘을 썼다. 채무조정으로 갈 수 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채무조정=디폴트`라는 S&P의 경고에 직면한 그리스는 정부자산 매각 속도를 높이겠다는 태도다. 이날 그리스는 2013년까지 추진키로 한 500억 유로의 정부 자산매각을 1년 앞당겨 2012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게오르그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가 정부자산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국부펀드를 만드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유럽증시의 범유럽 지수인 Stoxx유럽 600지수는 1.74% 하락했다. 영국 FTSE 100지수는 1.89% 떨어졌고, 프랑스 CAC40지수는 2.10%, 독일DAX지수는 2.00% 내렸다. 그리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4bp 올라 16.81%, 아일랜드 10년물도 32bp 오른 10,86%를, 또 이탈리아도 3bp 오른 4.81%를 보이고 있다. 스페인 10년물은 5bp 오른 5.53%에 거래되고 있다. ◇유로화, 한때 1.40달러 선 붕괴…안전자산 선호심리 고조 유럽재정위기 심화 및 확산에 따라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약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1.3970달러를 기록, 지난 3월18일 이후 처음으로 1.4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다소 회복, 1.4055달러를 기록했다. 스위스프랑에 대해 유로화는 1.2325스위스프랑을 기록, 0.8%나 떨어졌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인덱스는 0.9%나 올랐다. 세계 3위 경제국 중국의 제조업경기 둔화 속도가 가속화하는 기미를 보이자 브릭스 시장도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MSCI BRIC 지수는 이날 2.3%나 떨어졌다. 지난 4월8일 최고치에 비해서는 10% 이상 떨어진 상황이다. 상품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뉴욕상품시장에서 구리 7월인도분 가격이 3.2% 떨어진 파운드당 3.9915달러를 기록 했다. 미서부텍사스산 원유가격도 2.4% 하락한 배럴당 97.70달러에 마감됐다. 24개 국제 상품에 대한 S&P GSCi 지수는 1.7% 하락, 지난 5월11일 이후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ING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폴 젬스키 자산배당 헤드는 "온통 나쁜 뉴스뿐"이라며 "유럽의 재정 긴축, 부진한 경제지표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시장을 끌어올렸던 어닝시즌이 끝나면서, 사람들이 위험 자산시장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