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내주 월요일(14일) 통상 이틀에 걸쳐 하던 통화정책회의를 하루 만에 끝내고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사태가 그만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금 최악의 시기에 있는 일본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고 우려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지진의 직접적인 피해와 간접적인 피해가 혼재되어 전해지고 있어 구별이 필요하다. 또한 부정적인 영향과 이후 수습과정의 긍정적 전개 가능성도 참작해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직접적인 피해는 산업계에서 발생.."극복할 수 있는 수준" 지진과 쓰나미로 말미암은 사망자 숫자가 300명을 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센다이 지역이 해안 지대로 인구가 밀집해 있어 인명 피해가 큰 것으로 보인다.
8.9 강도 지진의 직접 피해를 당한 센다이 지역은 인구가 100만 명 가량 되는 도시다. 센다이시가 속한 도호쿠 현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8%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지진은 특히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모여 있는 도호쿠 지역의 경제를 중단시켰다. 도요타는 회사와 자회사 3개가 문을 닫았다고 했다. 닛산 자동차는 공장에서 불이 났으나 진화됐다고 했지만, 교도통신은 4개 공장에서 생산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도호쿠 지역은 자동차산업 관련한 주요 공업지역 중 한군데다. 때문에 지진사태가 이 산업을 통해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겠다고 다이이치 생명 연구소의 니시하마 도루 이코노미스트가 내다봤다. 또 농산물 생산이 발달했는데, 지진 사태로 식품 가격도 영향 받겠다고 봤다.
그렇지만 이러한 산업피해 자체는 일본 경제에 큰 충격이 아니며, 잘 극복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95년1월 고베 시에 닥쳤던 한신 대지진이 그 예다. 지진이 발생한 그 달 일본의 산업 생산이 2.6%가 줄었다. 하지만 그 다음 달인 2월에는 곧바로 2.2% 회복했고, 3월에는 1%를 기록했다.
매쿼리증권의 러처드 저램 아시아경제 담당 헤드는 "센다이 지역이 고베보다 작은 곳으로, 경제 피해가 덜할 것"이라며 "경제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다 파괴됐다고 볼 상황은 아닌 것같다"라고 말했다.
일본 재무성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얼마인지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런던의 제프리 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들은 초기 손해 사정에서 일본 산업계 피해는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신 대지진때는 1000억달러에 이르렀다.
◇`재정 취약` 일본 정부, `최악의 재정` 쓰나미 맞을 수도
런던의 슈나이더 폴린 익스체인지의 스테판 갈로 마켓 애널리스트 헤드는 "일본 공공분야에서 문제가 커져 있는 상황에서, 이번 지진사태로 금융시장을 면밀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에 최악이라는 목소리는 산업계가 아니라, 일본 재정 상태와 연결지어서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일본 재정이다. GDP의 210%에 이르는 정부 부채를 줄이는 노력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을 더 풀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런던의 캐피털 이코노믹스 연구소의 줄리언 제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재난이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을 시점에 발생했다"며 "사회, 경제적 충격이 크면 클수록, 재정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정부의 능력과 의지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일본 야당은 간 나오토 총리에게 사임을 요구하면서, 적자 재정용 채권 발행 법안 통과를 거부했다.
공공부채 감축을 위한 정치적 노력이 실패,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졌고, 추가 강등마저 경고 받았다.
재건 노력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이, 세금 증세나 다른 부분의 지출 삭감 없이 이뤄진다면, 여야가 협조해 정부 부채만 늘리는 꼴이 된다.
일본의 정부 부채는 2012년 GDP의 210%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의 101%를 비롯해 경제협력기구(OECD) 내 어느 국가보다 높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교수는 "재건을 위한 재정 부양이 있을 것"이라며 "이미 일본은 고령화와 GDP의 10%에 이르는 예산 적자를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재정상태로 본다면, 최악의 시기에 일본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간 총리 등 집권세력 리더십 부활할까…BOJ도 다시 전면에
그러나 위기는 협력을 강화시킨다. 일본 야당이 예산 지출에 협조하겠다고 나선 것도 위기의식의 발로다. 간 나오토 총리를 비롯한 집권세력의 리더십이 회복될 계기이기도 하다.
간 총리는 사태 직후 "시민들이 조용히 대처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밝힌 후 긴급재단대응팀을 소집하는 등 진두지휘에 나섰다.
일본 중앙은행(BOJ)도 선언했다.
긴급 데스크포스팀을 설치하고,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이미 디플레이션을 끝내고자 기준 금리를 제로 금리까지 낮춘 BOJ는 통화정책을 더 완화할 태세마저 보인다.
애초 내주 월요일(14일) 1박2일 일정으로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BOJ는 이를 당겨 하루 만에 결정하고,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츠루미 세이이치 BOJ 대변인은 "정책 결정을 좀 더 당기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면서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총재가 회의 후 곧바로 기자 회견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다이와 캐피털 마켓의 크리스 시클루나 스트래트지스트는 "지진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거나, 월요일(14일) 아침 시장 상황이 특히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BOJ가 통화정책을 더욱 완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