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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이 신탁시장에서 치열한 자리싸움을 펼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가 맞물리며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산관리와 상속 등이 연계된 신탁시장은 수탁고가 1000조원을 돌파하며 금융권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생애 주기 맞춘 신탁상품 출시 봇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61개 신탁회사의 총 수탁고는 1032조3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68조1000억원(7.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신탁시장 규모가 1000조원을 넘긴 것은 사상 최초다. 고령화시대에 빠르게 접어들면서 상속과 관련한 신탁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탁시장 규모가 늘어나면서 금융사들은 성장하는 신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신탁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서 이자수익이 떨어지고, 사모펀드 환대 중단 사태로 비이자수익 확대가 어려워지자 새로운 먹거리로 신탁 상품을 내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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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지난 3월 생활관리형 신탁에 자산 운용 기능을 추가한 ‘100년 운용 치매 대비 신탁’을 선보였다. 건강한 시기에는 적립과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고, 치매, 질병 등으로 자금 관리가 필요한 때에는 상황에 맞게 △노후케어기능 △상속 기능 △생활비 지급 기능 △안심지급 기능 등 종합생활관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특히 하나의 신탁계좌로 정기예금부터 투자상품까지 다양한 운용자산을 한 계좌로 운영하는 통합자산관리가 큰 장점이다.
우리은행은 고객재산을 사전에 지정된 상속자에게 안전하게 승계될 수 있도록 하는 ‘시니어플러스 우리안심신탁’ 등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안심신탁은 생전에 고객이 직접 재산을 통제할 수 있어 효율적인 재산관리가 가능하고, 고객 의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 상속도 가능하다.
반려동물 상속자 지정 상품도 나와
최근 들어 반려동물에게 양육자금을 이전하거나, 상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신탁상품도 눈길을 끌고 있다.
상조 서비스와 연계된 상품도 있다. IBK기업은행의 ‘IBK안심상조신탁’은 본인 사망 시 지정된 상조회사(사후수익자) 상품을 이용하고, 수탁자인 은행이 고객 적립금액으로 비용을 직접 결제하는 상품이다. 하나은행도 할인된 상조서비스를 이용하고 본인 또는 가족의 장례를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상조신탁’을 판매 중이다. 기부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은행은 기부자가 가입금액의 50%를 기부, 50%는 연금으로 수령하는 ‘나눔신탁’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엔 은행들이 언택트 트렌드에 맞춰 비대면 신탁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앱을 통해 인덱스, 헬스케어, 바이오 등 국내외 ETF 신탁상품 28종에 대해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해말부터 주가연계신탁(ELT)과 인덱스 및 2차전지·바이오·헬스케어 등의 상장지수펀드(ETF) 26종 상품으로 비대면 신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탁시장 규모가 커졌다고 하지만, 아직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선진국에 절반에도 못미친다”며 “미래 잠재수익 확보를 위해서 은행들은 신탁시장에 더욱 경쟁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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