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의 13개 그룹사 가운데 총 11곳 대표이사 임기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통상 임기 만료 1개월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추천하던 관례를 깨고 부사장·부행장 등 연말 임원 인사에서 최고경영진까지 한꺼번에 바꾸는 파격을 보였다.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내건 조 회장의 이례적 인사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한금융, 최대 규모 세대 교체 배경은
신한금융은 지난 21일 임시 이사회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를 열고 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신한생명 등 주요 7개 자회사 CEO를 신규 선임했다. 2001년 9월 지주사 출범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외부에서 영입하는 신한생명의 정문국 사장 후보(1959년생)를 제외한 전원이 50대 CEO다. 이를 통해 그룹사 CEO 평균연령은 기존 60.3세에서 57세로 3.3세 낮아졌다. KB금융그룹과 비교할 때 계열사 대표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을 감안한 조치다.
하지만 더 큰 배경에는 올 들어 부상한 이런저런 사법 이슈가 깔려 있다. 조 회장 본인이 현재 채용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남산 3억원’ 사건 재수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신한금융의 CEO 리스크가 증폭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 자신이 재판 결과에 따라 거취를 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신한의 미래를 위한 용단 차원에서 이번 ‘원샷’ 인사를 서둘러 진행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08년 신한은행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이명박 대통령 당선 축하금조로 3억원을 건넸다는 ‘남산 3억원’ 의혹과 관련, 위성호 행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이 검찰 수사를 거쳐 기소될 경우 금융당국은 적격성 심사 자체를 연기할 수 있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그룹 전체가 검찰 수사로 고객 신뢰를 잃어가면서 브랜드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런 사정에서 과감한 인사를 통해 신한의 미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조 회장의 결정에 동의했다는 후문이다.
은행과 함께 주력사인 신한카드의 경우 임영진 현(現) 사장의 1년 연임을 결정했는데 임 사장 역시 1993년 오사카지점에서 근무한 후 2003년 오사카 지점장을 거쳤다.
신한생명 사장으로 정문국 후보를 내정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 후보는 현 오렌지라이프 사장으로 외국계 생보사 CEO 경력 10년차의 베테랑이다. 자경위 관계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양사 간 약점을 보완하는데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오렌지라이프 인수 완료가 그룹 최고 전략사업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신한금융의 위기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특히 진옥동 부사장을 은행장으로 추천한 것은 그룹의 안정과 더이상의 파벌은 안 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