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출판계 '반짝특수'

탄핵심판 관련 서적 인기 '역주행'
헌법을 주제로 한 책들도 관심 높아져
  • 등록 2017-03-06 오전 3:00:00

    수정 2017-03-06 오전 3:00:00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차 본회의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 현장.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이날 가결되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판결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국회가 지난해 12월 9일 가결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가까워졌다. 국민의 관심이 헌법재판소의 탄핵판결에 쏠리면서 출판계도 ‘반짝특수’를 누리고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국민 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등 헌법의 가치를 위반한 사유로 탄핵을 당한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다양한 주장과 담론을 담은 책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다시 한 번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3월1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근래 보기 드문 현상이 일어났다. 2011년 유시민 전 의원이 발간한 ‘국가란 무엇인가’(돌베개)의 개정판이 1위를 차지해서다. ‘국가란 무엇인가’는 유 전 의원이 6년 전 국민참여당 대표시절 바람직한 국가관이 무엇인지를 화두로 삼아 썼던 책. 유 전 의원은 지난 2월 초 개정판을 내며 “촛불집회의 파도는 결국 국회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냈다”며 “다시 한번 국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기 위해 책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예 박 대통령 탄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촛불집회를 소재로 쓴 ‘촛불의 시간’(북극성)을 올해 초 발간했다. 송 교수는 책에서 국가의 기능이 마비된 이행기에 시민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묻는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의 사유를 헌법 가치 위반으로 적시하면서 헌법을 주제로 한 책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나온 ‘지금 다시, 헌법’(로고폴리스)은 2009년 윤지영 변호사 등이 쓴 ‘안녕, 헌법’의 개정신판이다. 예스24의 ‘지금다시, 헌법’ 독자 리뷰 게시판에는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을 보면서 헌법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책을 선택했다는 후기들이 수 십 개 달렸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건국절 논란과 촛불집회, 개헌 쟁점 등을 헌법의 틀에 맞춰 정리한 ‘헌법은 살아있다’(와이즈베리)를 지난 2월에 발간했다. 역사관련 책을 썼던 심용환 작가의 ‘헌법의 상상력’(사계절)도 탄핵심판의 열풍 덕에 나온 책이다.

탄핵심판 대통령 변호인단의 김평우 변호사가 쓴 ‘탄핵을 탄핵한다’(조갑제닷컴)는 대통령 직무정지 규정등을 근거로 국회의 탄핵이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을 담은 책. 지난 1월 출간 이후 탄핵반대를 바라는 진영에서 ‘이론서’로 대접을 받으며 교보문고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

출판계에서는 최근 탄핵관련 서적의 인기가 지난해 초 국회에서 벌어진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이후 관련 서적 붐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인터넷서점들은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의 저서와 필리버스터 중 언급된 조지 오웰의‘1984’와 코리 닥터로우의 ‘리틀 브라더’(아작)등의 책을 묶어 소개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출판사들도 필리버스터를 주제로 한 신간들을 속속 선보였다.

예스24 관계자는 “필리버스터 직후 관련 서적이 주목을 받으며 한동안 서점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대통령 탄핵이 정치·사회적으로 워낙 커다란 사건이기 때문에 탄핵심판 이후에도 관련 서적들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개정판(사진=돌베개)
김평우 ‘탄핵을 탄핵한다’(사진=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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