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9월로 예정됐던 용산공원 임시개방이 ‘위해성 저감조치 지연’ 등으로 연기됐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늦어도 연말까진 공원을 임시개방한다는 계획이지만 환경단체와 야당은 안전성 논란을 제기하며 임시개방을 막기 위한 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4일 정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용산공원 임시개방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국토부는 9월 임시개방을 공언해 왔다. 이달 중 임시개방하는 게 최우선 목표지만 내부에선 연내 개방을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임시개방이 이뤄지면 해당 부지는 중단 없이 상시 개방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계획이다.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용산공원이 시범개방된 6월 취재진과 시민들이 용산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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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는 “임시개방에 앞서 필요한 시설 정비 등을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며 임시개방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국토부는 임시개방을 앞두고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기존 미군 시설물도 관람객이 관람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 등을 추진 중이다.
용산공원 임시개방에서 가장 논쟁이 일고 있는 사안은 미군이 버린 오염물질이다. 아직 오염물질 위해성 저감조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과거 미군기지로 사용했던 용산공원 부지에선 일부 토양 오염 등이 발견됐다. 용산공원 토양은 공원 부지가 완전히 반환된 이후 정화할 예정인데 저감조치는 이에 앞서 임시로 인체 노출 가능성과 오염 농도를 낮추는 작업이다.
국토부는 임시개방 범위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일부 부지를 시범개방했을 당시 국토부는 임시개방을 한다면 부분 반환 부지 대부분을 관람객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단체에선 국토부가 임시개방을 강행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안전성 논란 등이 이어지고 있고 인체 무해 여부도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니어서다. 앞서 시범개방한 야구장 부지에서도 발암물질인 ‘비소’가 기준치보다 9배 넘게 검출됐다. 국토부는 공원 체류 시간을 고려하면 위해도가 크지 않을뿐더러 오염된 땅은 콘크리트·잔디로 덮거나 오염 물질을 빨아들이는 등 저감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저감조치가 끝나지 않은 땅은 관람 동선에서 제외하는 등 인체 위해 가능성을 최소화했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환경단체에선 오염토지 피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관람 동선과 ‘고오염 토지’가 지척에 있어 안전성 확보를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와 야당은 용산공원 임시개방에 제동을 걸기 위해 토양환경보전법, 공원녹지법 등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적으로 공원이 아닌 용산공원 임시개방 부지에 도시공원과 같은 안전성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서다. 배제선 녹색연합 팀장은 “앞서 반환받은 미군기지는 정화 이후에도 계속 토양 오염이 발견되고 있다”며 “용산공원이 시민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충분한 안전성이 담보된 이후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