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미경 ‘앱스트랙트 매터 0017’(사진=씨알콜렉티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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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우리 별이 아닌 듯하다. 지구 밖 어느 위성을 들여다본 듯하단 얘기다. 거친 표면을 헤쳐 보니 산도 숨은 듯하고 물도 숨은 듯하다. 과연 저것이 무엇이려나.
작가 신미경(54)은 시간과 일상의 흔적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독특한 것은 ‘재료’다. 작가가 그간 쥐었던 건 비누였다. 박물관에 있을 법한 유물, 가령 도자기니 불상이니 하는 예술품을 비누로 재현해 또 다른 조각품으로 만들었던 거다. 있는 그대로의 복제가 아닌 해석 혹은 번역을 붙인 관점이 특별했다.
그러던 작가의 시그니처에 변화가 생겼는데. ‘제스모나이트’가 등장한 거다. 중세 벽 낙서를 연구하다 보니 다른 재료가 필요했던 건데. 오랜 시간 인간과 세월이 바꿔버린 흔적에서 ‘추상의 가능성’을 빼내는 데 비누로는 한계가 있었을 거다.
아크릴 복합 레진이라고 알려진, 구리가루와 섞으면 구리처럼, 돌가루와 섞으면 돌처럼 보인다는 그것에서 ‘앱스트랙트 매터’(Abstract Matter 0017·2021)가 빠져나왔다. 풀어보면 ‘추상성의 문제’쯤 되려나. 이를 주제로 조각인지 회화인지 건축인지 애매한 경계의 작업을 시작한 거다. 으로 고대 도시 건축물에서 떼어낸 듯한, 지구 밖 어느 별을 옮겨온 듯한 작품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29일까지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씨알콜렉티브서 여는 개인전 ‘앱스트랙트 매터스’에서 볼 수 있다. 제스모나이트. 지름 100㎝. 작가 소장. 씨알콜렉티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