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4층에서 외벽을 타고 38층 꼭대기 층까지 올라간 불길은 오후 2시쯤 잦아드는 듯 했으나 동편 38층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살아나면서, 불은 꺼지는 듯 했다가 다시 살아나기를 수차례 거듭했다.
꼭대기 층에서 좀처럼 불길을 잡지 못했던 이유는 초고층 아파트의 여러가지 특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화재발생 10분에서 20분 사이에 순식간에 꼭대기층까지 올라가버린 불은 출동한 고가 사다리차를 화재 초기부터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발코니 등이 없이 외부와 차단돼 있는 내부 구조 탓에 헬기로 뿌리는 물도 내부의 불길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소방관들이 꼭대기 층에 직접 올라가 불길을 잡는 방법 밖에 없었는데 이마저도 여러가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았다.
내부의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연기가 꽉찬 실내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이었고, 소방관들의 진출은 더뎌 질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최고층에서 불을 끌 방화수(물)를 구하기 힘들었던 점이 화마와의 싸움을 가장 어렵게 했다.
꼭대기층의 소화전에서도 물이 공급되지 않아 도로 건너편 아파트 소화전에 소방호스를 연결한 뒤 발사총으로 호스를 38층 화재현장으로 쏘아주는 방법까지 동원됐다.
꼭대기 층의 소방관들이 연기와 높은 계단, 물 부족의 삼중고 속에서 혼신의 노력을 벌인 끝에 불은 7시간만에 꺼졌고, 인명피해는 기적적으로 경상 4명에 그쳤다.
하지만 아파트 외벽 상당부분이 검게 타버려 흉물이 됐고 최고층 펜트하우스인 38층 동편 건물은 전소되는 등 이번 화재는 최첨단 방재시스템을 자랑하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얼마나 화재에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편, 화재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1차 감식결과 불이 4층 미화원 분리수거 작업장에서 시작된 걸 확인했다.
경찰은 이에따라 아파트 미화원과 보안팀장, 관리소장을 차례로 불러 안전규정 준수여부, 작업장에서의 인화물질 사용여부, 그리고 불이 났는데도 안내방송을 하지 않은 이유 등을 집중 추궁했다.
해운대경찰서는 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합동으로 화재현장에서 정밀감식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