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체력 관리를 결심한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 1월 집 근처 헬스장을 찾아 3개월 이용권에 PT(퍼스널 트레이닝) 20회를 등록하고 총 110만원을 냈다. 당초 주 2회 PT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3개월 동안 본인과 담당 트레이너의 개인적 일정 조정 등으로 총 10회만 받았다. 박씨는 이달 이사를 앞두고 해당 헬스장 이용이 어렵게 되자 남은 PT 10회분에 대한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헬스장 측에서 황당한 답을 들었다. 등록 시 PT 1회는 할인가인 5만5000원으로 책정됐지만 환불 시에는 정상가(1회 10만원) 기준을 적용하고, 카드수수료 등 명목으로 10% 위약금을 부과해야 해 돌려줄 환불금액이 없다는 것이다.
|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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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한 헬스장 관련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2638건으로, 전년 2406건 대비 약 9.6%(232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필라테스 분야에서는 662건에서 802건으로 21.1%나 늘었다. 헬스장 외에도 요가, 필라테스, 골프 등 최근 시민들이 취미와 건강관리 등을 위해 많이 찾는 각종 체육시설(스포츠센터)에서 계약 해지(환불)를 두고 시민과 업주 사이 분쟁이 나날이 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체육시설들이 상시 프로모션으로 할인가를 제시하며 회원 유치 경쟁을 벌이지만, 막상 회원이 자타 사정으로 환불을 요구하면 계약서를 근거로 내세우며 환불을 거부하거나 잔여 일수 또는 횟수 대비 적은 금액만 환불해주는 ‘꼼수’기 관행으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무료 법률상담, 한국소비자원 등을 통해 서비스 이용·해지 관련 환불 문의와 피해 사례 공유가 잇따르고 있다.
체육시설 외에도 결혼정보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직장인 김모(36)씨는 “작년 한 결정사(결혼정보회사)에 이성 소개 10회를 조건으로 약 300만원을 내고 가입했는데,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된 사람과 이달 결혼하게 되면서 남은 서비스 7회에 대한 환불을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업체로부터 계약서상 ‘기본 5회+서비스 5회’라며 서비스를 제외한 잔여 2회에 해당하는 120만원만 환불 또는 타인에게 양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체들의 이러한 계약서 및 약관 등 관행들은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포기하게 만드는 것으로 불공정 약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특히 계약서에 ‘환급 불가’ 등 권리를 침해하는 문구를 명시하는 것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 등에 따라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이용자의 계약 해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환급을 거부 또는 지연하는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헬스장 등 1개월 이상 기간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은 ‘계속거래’에 해당하므로 이에 의거해 소비자는 계약기간 중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고, 사업자는 계약 해지에 따른 환급의 의무가 있다”며 “소비자가 개인적 사정으로 중도해지 요청할 경우 실제 계약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해 이용 일수(횟수) 만큼 공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고, 과다한 위약금을 산정할 경우 과태료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